[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91) 불평등의 대물림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득 불평등이 대물림되는지 역시 한층 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모 소득이 자녀의 소득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대 이상에 걸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해당 연구가 많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 부모 소득과 자녀 소득 간에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어떤 경로로 이런 관계가 형성되는가일 것이다. 한 경로는 직접적인 상속이다. 부모 사후에 물려받는 재산이 자녀의 소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쓰지 않은 소득이 재산으로 쌓이고 재산이 소득을 창출하므로 소득과 재산의 관계는 밀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상속받은 재산 자체가 자녀의 소득분포상 위치를 바꾸는 정도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상속이 영향이 큰 경우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 정도로 많이 상속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평균적 영향은 작았던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재산상 지위와 자녀의 재산상 지위가 비슷한 경향은 존재한다. 상속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어떤 경로가 이런 경향을 뒷받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자녀가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특성들, 예컨대 미래지향적 자세, 자기 관리, 근로 윤리나 저축 습관, 교육에 대한 태도, 재산 형성을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경향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설명이다. 무형의 환경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로는 능력의 대물림이다. 지능지수(IQ)로 측정되는 인지 능력은 부모-자녀 간 상관관계가 높고 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 때문에 부모-자녀 간 경제적 지위의 관계를 설명하는 요소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IQ나 교육 수준은 부모 재산보다 설명력이 떨어진다. 부모 소득과 자녀 소득이 IQ 및 교육 수준과 연결되려면 우선 부모 소득과 부모의 IQ 또는 교육 수준에 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자녀의 IQ 또는 교육 수준과 상관관계를 통해 자녀 소득에까지 이어져야 한다. 연결고리가 긴 것이다.

미국의 연구 결과가 한국과 비슷하리라고 가정하면 사교육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수준이 경제적 지위 대물림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속이 아니라도 부모 재산이 영향이 있다는 사실은 걱정스럽다. 부유한 부모 아래 자란 자녀가 부유해지는 것이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된 결과라면 사회가 그런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유명한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인 슘페터는 기업가의 동기로 ‘사적 제국을 건설하려는 꿈’을 꼽은 바 있다. 제국의 핵심은 대물림에 있다. 무언가 좋은 것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본능이고 그것이 밤낮없이 일하는 동력이 되겠지만, 그로 인한 편익보다 사회적 비용이 커서는 안 될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행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