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아우디와 차세대 충전식 하이브리드 및 마이크로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양측 간 기밀유지 합의에 따라 세부 적용 차종과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공급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전식 하이브리드는 일반 하이브리드카에 전기차처럼 충전 기능을 더한 자동차다. 마이크로하이브리드는 일반 자동차에 들어가는 12V 납축전지 대신 48V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 전기모터로 엔진 동력을 지원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최근 자동차에 전장부품과 전자제어시스템 장착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납축전지보다 전압이 높은 2차전지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폭스바겐그룹 내에 아우디와 플랫폼(차량 뼈대와 엔진 등 핵심 부분)을 공유하는 차량이 많아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2위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그룹은 2018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 모델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앞서 “2018년에는 폭스바겐그룹 판매량의 3%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973만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 1000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단순 대입하면 전기차 판매량이 30만대 이상 되는 셈이다.
LG화학은 폭스바겐그룹 계열사인 아우디를 고객으로 추가하면서 기존 GM, 르노·닛산, 현대·기아차, 포드 등 세계 10대 완성차그룹 가운데 6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이외에도 볼보와 중국 1위인 상하이차, 3위 이치자동차 등 20여개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누적 32만대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여개 고객사로부터 현재 수주해 놓은 물량은 3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LG화학은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150㎞ 내외로 짧은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해 1회 충전에 300㎞ 이상을 갈 수 있는 배터리를 수년 내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의 자동차용 배터리 판매 규모(용량 기준)는 1636/h로, 일본의 닛산·NEC 합작사인 AESC의 1593/h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2012년 LG화학이 817/h로 2위, AESC가 1313/h로 1위였지만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세계 각국의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016년께에는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올해 5조3500억원에서 2016년 9조3100억원, 2018년 13조1600억원 등으로 커질 전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