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인력공단 이사장 "머리로 연구해온 능력중심사회, 현장에서 펼칠 것"
“그동안 책상에서 연구개발해온 정책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신임 이사장(사진)은 20일 자신이 인력공단 이사장직에 공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10월부터 2년10개월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을 이끌어온 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학습병행제 정책 연구를 주도해왔다. NCS와 일학습병행제 정책에 있어 직능원은 연구개발 등 ‘두뇌’ 역할을, 인력공단은 집행을 주관하는 ‘몸통’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6월 인력공단 이사장 공모에는 무려 17명이 지원해 화제가 됐다.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 즉 ‘관피아’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치인, 인력공단 전·현직 임원, 노동계 인사가 대거 몰린 것이다. 1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임명장을 받은 비결을 묻자 박 이사장은 “그저 운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 이사장이 최종 낙점된 데는 직능원을 이끌면서 취임 첫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미흡’ 점수를 받았던 직능원을 2년 만에 ‘매우 우수’ 기관으로 올려놓은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정과제인 NCS 개발을 주도한 직능원의 수장이었던 만큼 NCS 보급을 담당하는 인력공단 이사장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많다.

1982년 설립된 인력공단은 설립 30여년 만에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각종 기술·전문자격시험 주관기관으로 자격검정 업무를 주로 해오다가 현 정부 들어 국정과제 수행기관으로 특성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역할이 커지면서 인력공단이 집행하는 예산도 크게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2일 박 이사장이 취임식을 마치고 곧바로 달려간 곳은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기획재정부였다. “8월이면 내년 예산도 대부분 배정이 끝난 상태예요. 인력공단이 운용할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가져와야 많은 일을 할 수 있잖아요. 업무의 무게중심이 급변함에 따라 직원들의 능력 개발에도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역점 사업인 NCS와 일학습병행제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노동시장 전체가 변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직도 이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이미 나와 있거든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따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조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인력공단이 앞장서 롤모델을 만들면 기업들도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육부 자문위원 등을 거치긴 했지만 2011년 한성대 교수(교무처장)로 있다가 직능원장에 전격 발탁됐던 박 이사장. 3년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인력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 이사장에게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물었다.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학생들이 인정해주는 ‘강의 잘하는 교수’예요. 공직을 마친 뒤에는 학교로 돌아갈 거고요. 비결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항상 마지막(결과)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