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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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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천자칼럼] 하품
    6년 전 국회에서 본회의장 공조설비 가동에 대한 대규모 점검이 있었다. 의원들의 하품하는 모습이 자주 여론의 질타를 받자 회의장 공기가 문제로 부각됐던 것이다. 이들은 실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기온이 오르고 산소가 부족한 탓에 자꾸 하품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검 결과 공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들이 하품하는 이유는 물론 미스터리(?)다.

    대부분 하품이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체내에서 부족한 산소를 채우기 위한 신체작용이라고 믿고 있다. 히포크라테스조차 좋은 공기를 마시고 나쁜 공기를 배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메릴랜드대 프로바인 교수팀은 산소부족 이론이 근거 없음을 실험에서 밝혀냈다. 그는 산소가 풍부한 방과 산소가 부족한 대신 이산화탄소가 가득찬 방을 만들어 각 방의 피실험자들이 얼마나 자주 하품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산소가 풍부한 방이나 이산화탄소가 꽉 찬 방 모두 피실험자들은 평상시와 같은 빈도로 하품을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품은 흔히 잠이 오거나 지루함을 느낄 때 나온다. 하지만 올림픽 등 결정적 시합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곧잘 하품하고 무대에 나서는 배우나 가수들도 하품을 한다. 낙하산병들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꼭 하품을 한다고 한다. 극도의 긴장상태나 심한 두려움을 느끼면 하품이 무의식적으로 발산된다. 뉴욕주립대의 고든 갤럽 박사는 하품을 차가운 혈액을 뇌로 전달해 뇌를 각성시키며 주의력을 높이는 효과를 갖는 기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품하는 6초 동안 뇌를 재충전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하품의 전염성이다. 다른 사람들의 하품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듣고 생각하거나 관련 글을 읽어도 하품이 나온다. 하지만 6세 이전 소아에겐 하품이 전염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이탈리아 연구진이 하품이 나에 대한 상대방의 호감도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 사람이 하품할 때 곧이어 따라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평소 호감을 갖고 있었거나 친한 친구 관계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인 김억은 하품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움죽할 수도 없는 피로로 나오는 하품./ 하소연하게도 잃어버린 생각 때문에 생기는 하품./ 그 다음에는 사랑을 파묻는 보드라운 하품./ 인생이라는 무거운 짐에 눌리어 나오는 하품/ 그러하고도 오히려 하품이 또 있다 하면./ 그야말로 부처님의 한가로운 하품이리라.’ 부처님의 한가로운 하품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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