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달성 못 하면 처벌감수"…'이 악문' 동부대우전자
“생산라인 효율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달성하지 못할 경우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동부대우전자 임원들은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서약서에 서명했다. 최진균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지난달 취임 후 처음 연 임원·해외법인장 워크숍에서 논의했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최 부회장은 워크숍에서 “동부대우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바꿀 때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겠다. 끝장을 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부대우 관계자는 “그동안 이런저런 워크숍과 회의를 많이 했지만 서약서까지 만든 건 처음”이라며 “최 부회장의 선언이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동부대우가 부활의 날개를 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동부대우는 2002년부터 ‘주인 없는 회사’로 고군분투하던 옛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지난해 동부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로 태어난 회사다.

김준기 동부 회장은 당초 “첨단 종합 전자회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마케팅 등에서 대대적인 지원이 어려웠다. 동부대우는 지난해 매출 1조7500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이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출신의 최 부회장을 영입한 뒤 회사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워크숍에서 최 부회장은 직원들 앞에서 과거의 실수를 낱낱이 지적하며 “가전업계는 모든 프로세스에 낭비가 없어도 이익률이 5%를 넘기기 힘들다. 프로세스를 기본부터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리곤 그때 나온 방안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과거 ‘아이템 중심’이던 연구소를 ‘기능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냉장고 연구소와 세탁기 연구소가 따로 있었다. 둘 다 핵심 연구 분야는 모터인데, 연구소가 분리돼 있다 보니 모터를 제각각 개발했다. 최 부회장은 이를 통합해 ‘모터 연구소’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소재, 디자인 등에서도 제품이 아닌 기능별 연구소를 만들고 있다.

동부대우는 올 들어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과 생산라인 개선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반기에 소폭이나마 흑자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대우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공장에서 살다시피 하다 보니 직원들의 자세부터 달라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해보자’는 의지가 생긴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