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해 안 가는 안행부의 고백
지난 19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13층 안전행정부 대변인실.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지방세 3개 법 개정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한 시간 앞두고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낮 12시부터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당초 21일 예정됐던 지방세 3개 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갑자기 연기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해당 안건은 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안행부가 의욕이 너무 앞서 부처 간 의견 통일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반대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극구 부인했다. 부처 간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안행부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런 해명이 사실이라면 안행부 관계자들은 정책 수립 절차의 기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개 당·정·청 회의는 주요 정책에 관해 정부 내 추진방향을 결정한 뒤 대국민 발표를 앞두고 당과 마지막 조율을 하는 절차다. 부처 간 합의를 거치지 않은 정책을 당·정·청 회의 최종 안건으로 올린다는 것은 공직 사회에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안행부는 주민세 인상, 카지노 레저세 부과 등에 대해 관련 부처와 몇 달 전부터 협의를 계속해 왔다. 뿐만 아니라 입법예고도 이틀 후로 앞두고 있었다.

안행부의 ‘자기 고백’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자의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다만 “다음에 속 시원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안행부의 해명과는 달리 새누리당 내에선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안행부의 세금 인상 방침에 대해 ‘조세 저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세를 두 배 인상하고, 카지노에 레저세를 물리겠다는 안행부 방침에 논란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여론을 의식하는 여당이 부담을 느껴 정책 재검토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정·청 회의에서 안건을 상정조차 못하고, 그 이유를 자신들의 전적인 잘못이라고 고백하는 안행부의 모습이 궁색하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정책은 당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안행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차라리 솔직하게 들린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