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하나·외환 조기통합에 거는 기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저성장·저금리 악화되는 금융환경
가계대출 경쟁으론 금융 공멸 초래
빠른 통합으로 투자역량 쌓아야
이인실 < 서강대 경제학 교수 insill723@sogang.ac.kr >
가계대출 경쟁으론 금융 공멸 초래
빠른 통합으로 투자역량 쌓아야
이인실 < 서강대 경제학 교수 insill723@sogang.ac.kr >
지난주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낮췄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컸던 때문인지 시장은 오히려 추가 인하 시그널이 없다고 실망하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하방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고, 앞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금리 인하 효력이 발휘되는데 실물경제라는 동전의 뒷면인 금융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 규모는 빠르게 커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외형경쟁에만 매달렸던 금융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단기예금과 장기대출 모두 증가세가 꺾였다. 그동안 가계는 저축을 하고 기업은 그 돈을 빌려 투자를 하던 경제구조에 익숙해 있었지만 이젠 가계는 빚을 잔뜩 지고 기업은 저축하는 구조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은행들은 아직도 대출 위주 영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출이라고 해도 손쉬운 가계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여신에 집중돼 있고, 은행 간 차별화 정도도 매우 낮아 무리한 대출경쟁이 부실여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빠른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한 체질개선과 경영혁신 노력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씨티은행의 경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지점을 84개나 폐쇄했고 지난해만해도 직원의 4.2%인 1만1000명을 감원했다. 씨티은행은 국내에서도 올해 지점의 30%를 폐쇄하고 650명을 희망퇴직시켰다.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한국에 있는 지점의 25%인 150개 지점 폐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의를 깨면서까지 조기통합을 공식선언한 것은 금융권 전체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2·17 합의’ 위반이라는 노조 반발이 예상됨에도 경영진이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금융환경 변화의 여파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2·17 합의 이후 은행의 핵심 이익은 빠르게 축소되고 판매관리비는 지속적으로 늘어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말 1조6500억원에서 2013년 말 4441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논리가 오히려 약해 보일 지경이다.
최근 고객정보유출 사건으로 자회사 간 고객정보공유로 영업에 시너지를 내기도 어려운 환경이 됐다. 2016년부터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낮은 순이자수익률로는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하기 어렵고, 영업망의 열세로 인해 심각한 고객 이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상품판매나 고객관리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디지털혁신 추세에 맞춰 충분한 투자역량을 결집해 놓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
이미 2012년에 금융감독원은 ‘저성장·저금리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기존의 자산 및 수익 구조, 영업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은행권 전체가 공멸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저금리 및 수익성 악화란 위기에다, 잃어버린 20년을 불러온 일본의 고령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가 은행권을 강타하고 있는데 ‘약속 타령’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합의 문구와 형식에 얽매이면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유지라는 합의정신마저 못 살리는 딜레마에 봉착할 수도 있다.
모바일뱅킹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금융권 진출도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한은이 가계부채의 무거운 중압감에도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 한 발짝 나갔다면 두 은행은 이보다 앞서 현실을 직시하고 조기통합을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인실 < 서강대 경제학 교수 insill723@sogang.ac.kr >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하방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고, 앞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금리 인하 효력이 발휘되는데 실물경제라는 동전의 뒷면인 금융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 규모는 빠르게 커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외형경쟁에만 매달렸던 금융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단기예금과 장기대출 모두 증가세가 꺾였다. 그동안 가계는 저축을 하고 기업은 그 돈을 빌려 투자를 하던 경제구조에 익숙해 있었지만 이젠 가계는 빚을 잔뜩 지고 기업은 저축하는 구조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은행들은 아직도 대출 위주 영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출이라고 해도 손쉬운 가계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여신에 집중돼 있고, 은행 간 차별화 정도도 매우 낮아 무리한 대출경쟁이 부실여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빠른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한 체질개선과 경영혁신 노력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씨티은행의 경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지점을 84개나 폐쇄했고 지난해만해도 직원의 4.2%인 1만1000명을 감원했다. 씨티은행은 국내에서도 올해 지점의 30%를 폐쇄하고 650명을 희망퇴직시켰다.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한국에 있는 지점의 25%인 150개 지점 폐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의를 깨면서까지 조기통합을 공식선언한 것은 금융권 전체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2·17 합의’ 위반이라는 노조 반발이 예상됨에도 경영진이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금융환경 변화의 여파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2·17 합의 이후 은행의 핵심 이익은 빠르게 축소되고 판매관리비는 지속적으로 늘어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말 1조6500억원에서 2013년 말 4441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논리가 오히려 약해 보일 지경이다.
최근 고객정보유출 사건으로 자회사 간 고객정보공유로 영업에 시너지를 내기도 어려운 환경이 됐다. 2016년부터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낮은 순이자수익률로는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하기 어렵고, 영업망의 열세로 인해 심각한 고객 이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상품판매나 고객관리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디지털혁신 추세에 맞춰 충분한 투자역량을 결집해 놓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
이미 2012년에 금융감독원은 ‘저성장·저금리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기존의 자산 및 수익 구조, 영업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은행권 전체가 공멸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저금리 및 수익성 악화란 위기에다, 잃어버린 20년을 불러온 일본의 고령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가 은행권을 강타하고 있는데 ‘약속 타령’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합의 문구와 형식에 얽매이면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유지라는 합의정신마저 못 살리는 딜레마에 봉착할 수도 있다.
모바일뱅킹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금융권 진출도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한은이 가계부채의 무거운 중압감에도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 한 발짝 나갔다면 두 은행은 이보다 앞서 현실을 직시하고 조기통합을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인실 < 서강대 경제학 교수 insill723@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