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새로운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 제도는 자동차보험료를 결정할 때 지금처럼 교통사고 규모가 크고 작은지를 따지지 않는다. 대신 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한다. 사고를 많이 내면 보험료가 오르고 사고가 없으면 보험료가 떨어진다. 이는 사고의 ‘크기’보다는 사고 ‘건수’가 장래 사고 위험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보험감독원의 분석에 따른 결과다.

금감원은 사고 건수로 보험료를 결정하면 일부러 사고를 내서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제도는 사고를 처음 내면 보험료 등급이 두 단계 오르고, 두 번째 사고부터는 세 단계씩 상향 조정되도록 하고 있다. 첫 번째 사고가 인명 피해 없이 50만원 이하 소액 사고라면 1등급만 오른다. 한 해에 최대 9등급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1등급 올라갈 때마다 보험료는 평균 6.8% 정도 오른다. 보험료는 모두 26개 등급으로 분류돼 할인과 할증이 이뤄진다. 보험에 처음 가입하면 11등급을 받는다.

첫 사고 금액이 50만원 이하일 경우는 다음해 보험료가 6.8%(한 등급), 50만원 이상일 때는 13.6%(두 등급) 오른다. 두 번째 사고부터는 무조건 3개 등급을 할증하기 때문에 2회 사고를 낸 사람의 보험료는 27.2~34.0% 상승하게 된다.

사고를 자주 내는 운전자는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사고마다 크기를 따져 0.5~4등급을 떨어뜨렸고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가 함께 발생한 복합사고의 경우 최대 6등급의 할증이 이뤄졌다. 금감원은 전체 보험 가입자의 10% 정도에서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어든다. 제도 변경으로 2300억원의 보험료 할증이 발생하는데 이 돈을 무사고 운전자에게 나눠주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제도 변경으로 무사고 운전자는 1인당 평균 2.6%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료가 할인되는 무사고 기간도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새로운 제도는 2018년부터 도입되지만 실제 영향은 이르면 2016년 10월부터 발생한다. 2018년 1월1일에 계약하려면 3개월 전에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재계약 안내문을 보내야 한다. 이때 과거 1년의 사고 경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허창언 금감원 부원장보는 “할증보험료가 증가한 만큼 무사고자의 보험료를 인하해 보험회사의 보험료 수입은 동일한 수준이 되도록 조정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