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59·사진)은 평소 프로야구를 즐겨 본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열심히 응원하며 기분을 전환한다. 그는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 팬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류현진 선수가 올해 박찬호 선수가 세운 한국인 최다승인 18승을 넘어 19승을 달성할 것”이라며 “타자와 정면승부를 하면서도 제구력이 좋아 구석구석 잘 찔러넣는 게 다승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류현진의 야구 스타일을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류현진처럼 기회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대범함을 롯데건설이 필요한 경영철학으로 꼽았다. 전략을 세우고 조직을 다독여 일을 이뤄내는 치밀함도 강조하고 있다.

김 사장은 34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아 온 ‘롯데맨’이다. 롯데호텔에 입사해 롯데캐논, 롯데알미늄,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을 두루 거쳐 지난 2월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롯데건설이 안팎으로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오랫동안 보유했던 주택 사업지들을 성공적으로 분양해야 하는 데다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안전하게 시공해야 하는 등 주변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그룹에서 핵심 계열사를 맡았습니다.

“책임감이 적지 않습니다. 건설업은 시황에 민감하면서도 5~10년 후 미래 경쟁력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업종이기 때문입니다. 주택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해당돼 사회적 관심이 높고 때로는 비판도 거셉니다. 그래도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열심히 뛰는 모습에 감동과 보람을 느낍니다.”

▷평소 현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건설은 어느 업종보다 현장이 중요합니다. 본사와 현장의 호흡 및 소통이 부족하고 서로 멀어지면 그건 건설회사가 아니죠. 취임 후 전국 160여곳의 주요 현장을 대부분 직접 돌아본 이유입니다. 모든 현장마다 상황이 다릅니다. ‘현장의 날’ ‘안전 점검의 날’ ‘준공지원의 날’ 등을 만들어 임직원들이 계속 현장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약 83조원의 매출을 올린 그룹의 양대 축은 유통과 석유화학입니다. 건설은 각종 인프라(기반시설)를 건설해 그룹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23층 건물 공사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하부 하중만 75만에 달합니다. 인공위성 4대에서 자료를 받아 수직으로 건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건물이 곡선 형태라 난이도도 높습니다. 시행사(롯데물산)가 있지만 건축물 설계부터 시공, 관리까지 일괄적인 과정을 모두 롯데건설이 맡습니다. 이 건물을 올리면서 특허만 5건을 출원했습니다. 롯데건설뿐만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의 기술력이 한 단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벌써부터 많이 보러 옵니다.”

▷초고층인 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에서 화재가 나는 등 위기관리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안전사고와 관련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다치거나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국내 건설업 전체 재해율이 0.43%입니다. 다치는 사람이 1000명 중 4명입니다. 10대 건설사 재해율이 0.17%,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0.05%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무재해’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안전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서울시, 송파소방서 등과 긴밀한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안전사고 예방에 많은 물적, 인적 자원을 투입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완공된 롯데월드타워의 저층 상업시설인 ‘롯데월드몰’은 조기 개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이곳 공사현장에 하루 평균 약 7500명의 근로자가 투입됩니다. 하루 임금만 9억원, 연간 3000억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가 발생합니다. 당장 입점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2016년 말 전체 준공까지 총 400만명의 공사인원이 투입되며 완공 후에도 상시 2만명이 일자리를 갖게 됩니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은 앞으로 연간 약 2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3000억원 이상의 관광수입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조업만 중시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문화를 제공해야 합니다. 면세점과 식당, 수족관, 극장, 쇼핑가로 이뤄진 롯데월드타워가 그 대안입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전반적인 주택시장 분위기도 살아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아파트가 보유자산에서 거주용으로 변했고 전국적으로 올해 공급물량(35만가구)이 작년(28만가구)보다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은 기획·설계 단계부터 지역·상품별로 차별화된 주거시설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2000여가구에 이어 하반기에도 8200가구의 새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롯데건설의 미래 성장동력과 경영 전략은 뭔가요.

“일단 주택 부문은 ‘브랜드파워 1위’가 목표입니다.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최고가 돼야 합니다. 건축 부문에선 롯데월드타워의 초고층 기술력을 기반으로 강점을 가진 호텔, 유통시설 등에서 더욱 경쟁력을 쌓을 계획입니다. 이미 국내 상업시설 시공실적은 1위입니다. 토목사업은 도로, 철도, 지하철 등에 주력하고 화공·산업 플랜트 부문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동력은 해외사업입니다. 롯데그룹의 유통·제조 부문이 이미 진출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러시아 등의 건설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게 중요합니다.”

▷롯데건설 상장 계획은 있나요.

“임기 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업공개(IPO)는 기업의 공신력과 자금 동원력을 높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롯데건설이 업계에서 1등 할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 롯데백화점이 상장할 때 신격호 총괄 회장이 결재를 미루며 해당 임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1등 할 자신이 있느냐. 회사가 잘못되면 많은 주주와 나라에 큰 피해를 입힌다.’ 그런 심정으로 임기 내 롯데건설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습니다.”

문혜정/김진수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