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넷, 80개국에 판매망 구축한 의료기기 분야의 '작은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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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혁신의 현장 - 의료기기 생산업체 '바이오넷'
1999년 메디슨 사옥 한켠서 창업
생체신호계측기 등이 주력 제품
12년 만에 수출 1000만弗 돌파
독일 내시경 업체 MGB인수
매출 20%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
"어디서나 측정·진료 가능한
'U-헬스' 기술로 시장 선점할 것"
1999년 메디슨 사옥 한켠서 창업
생체신호계측기 등이 주력 제품
12년 만에 수출 1000만弗 돌파
독일 내시경 업체 MGB인수
매출 20%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
"어디서나 측정·진료 가능한
'U-헬스' 기술로 시장 선점할 것"
구로디지털밸리에 있는 의료기기 생산업체 바이오넷은 직원이 75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80여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해외 판매망을 갖추고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을 일궈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이오넷의 소개 자료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 안에 점들이 새카맣게 찍혀 있다. 남미만 해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등 대부분 국가를 망라하고 있다. 글로벌 판매망이다.
중소·벤처기업 가운데 이렇게 많은 나라에 판매망을 구축한 기업은 흔치 않다. 더구나 이 회사는 의료기기업체다. 의료기기는 일반 공산품처럼 그냥 팔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국가별로 일일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유럽은 CE로 통일돼 있지만 그 밖의 나라는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개별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강동주 바이오넷 사장(52)은 “1개 품목을 인증받는 데 적어도 2~3년이 걸리고 비용도 수천만원씩 들어간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생체신호계측기’다. 맥박 혈압 혈액내산소량 등 사람의 ‘생체신호(biosignals)’를 재서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장치다. 심전계 환자감시장치 태아감시장치 등이 대표적인 품목이다. 1999년 창업한 바이오넷은 12년째인 2011년 수출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 회사가 꾸준히 성장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어떤 환경에서도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아주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한양대에서 박사학위(의용생체공학)를 딴 강 사장은 1993년부터 메디슨 기술연구소에서 일했다. 그뒤 1996년 메디슨에서 분사한 바이오시스 대표를 맡으면서 생체신호 계측기와 관련을 맺었다.
강 사장은 서울 대치동 메디슨 사옥 내 사무실 한쪽을 빌려 바이오넷을 설립했다. “사명을 바이오넷으로 정한 것은 원격진료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진단장비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2001년부터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이 회사도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 거래처가 부도를 내 연매출의 10%를 넘는 미수채권이 생기기도 했다. 강 사장은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 초기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산업은행의 출자를 받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인력을 모으고 연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해마다 1개 품목꼴로 제품을 개발했다.
2000년 심전계를 내놓은 것을 비롯해 2002년부터 태아감시장치, 환자감시장치, 체지방측정기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2007년에 의약품 주입펌프, 이듬해 개량형 심전계를 내놓는 등 신제품 개발행진은 계속됐다.
강 사장은 “의약품 주입펌프는 정확한 양의 마취제를 정맥에 주사하는 장치인 정맥마취시스템으로 이에 관한 원천기술과 특허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허만 25건을 획득했고 출원을 포함하면 모두 52건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현재 직원 75명 중 연구 및 기술인력이 32명으로 40%가 넘고 석·박사급도 2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체 신호계측이 축적된 임상기술 확보를 위해선 공학 물리학 화학 의학 생리학 통계학 등의 기술융합이 필요하다”며 “실력과 인화의 덕목을 갖춘 우수한 인재영입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 글로벌 전략이다. 의료기기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매출 신장에 한계가 있다. 강 사장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MEDICA)를 비롯해 각종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브랜드를 알렸고 좋은 바이어 발굴에 적극 나섰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04년 구로동으로 이전하면서 그해 독일의 MGB도 인수했다. 창업한 지 5년 만이다. 이 역시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MGB는 베를린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업체로 1886년 창업해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내시경 분야에 강점을 가진 업체다.
강 사장은 “당초 MGB는 메디슨이 인수했다가 타사를 거쳐 우리가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넷은 생체신호계측장비와 내시경이라는 양대축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글로벌 전략은 이같이 창업 초기부터 추진됐다. 2005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현지법인도 세웠다.
셋째,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유비쿼터스(U)-헬스’ 관련 다양한 기술확보다. 언제 어디서나 진단하고 이런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강 사장은 “생체신호, 약물전달, 초음파, 내시경 등 다양한 U헬스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원격진료 사업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생체신호 분야에서는 △심전도 측정 및 자동진단 △운동부하 측정 및 진단 △폐기능측정 △혈압측정 △혈중산소포화도 △체성분분석 △이산화탄소 분석 △혈액성분(혈당)분석 △태아심음(心音) 분석 △통증완화 △동맥경화측정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4시간 심전계(홀터심전계)는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착용하고 우주에 다녀오기도 했다.
강 사장은 “홀터심전계는 전자파 차폐 처리를 했고 무중력 환경에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위치센서를 부착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약물전달시스템에서는 마취와 통증완화, 초음파 분야에서는 초소형 초음파진단 및 도플러 기술 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GB가 생산하는 수술용 내시경은 작은 구멍을 통해 인체 내부의 수술을 하는 장치다. 수술장비, 관측장비, 디스플레이, 조명 등이 결합된 종합 의료장비다. 이와 관련한 복강경 관절경 자궁경 방광경 등의 기술도 갖고 있다.
강 사장은 “내시경 수술은 감염률이 낮고 회복이 빠르며 흉터가 작아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내시경 수술장비 시장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자주 직원들과 모임에 어울린다. 지난달 말 인근 가산동 롯데시네마에서 직원들과 영화 ‘명량’을 봤고 이따금 뮤지컬이나 각종 공연도 함께 보러 다닌다. 기업 발전이 사장의 권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임직원의 단합된 힘에서 나온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바이오넷의 소개 자료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 안에 점들이 새카맣게 찍혀 있다. 남미만 해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등 대부분 국가를 망라하고 있다. 글로벌 판매망이다.
중소·벤처기업 가운데 이렇게 많은 나라에 판매망을 구축한 기업은 흔치 않다. 더구나 이 회사는 의료기기업체다. 의료기기는 일반 공산품처럼 그냥 팔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국가별로 일일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유럽은 CE로 통일돼 있지만 그 밖의 나라는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개별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강동주 바이오넷 사장(52)은 “1개 품목을 인증받는 데 적어도 2~3년이 걸리고 비용도 수천만원씩 들어간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생체신호계측기’다. 맥박 혈압 혈액내산소량 등 사람의 ‘생체신호(biosignals)’를 재서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장치다. 심전계 환자감시장치 태아감시장치 등이 대표적인 품목이다. 1999년 창업한 바이오넷은 12년째인 2011년 수출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 회사가 꾸준히 성장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어떤 환경에서도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아주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한양대에서 박사학위(의용생체공학)를 딴 강 사장은 1993년부터 메디슨 기술연구소에서 일했다. 그뒤 1996년 메디슨에서 분사한 바이오시스 대표를 맡으면서 생체신호 계측기와 관련을 맺었다.
강 사장은 서울 대치동 메디슨 사옥 내 사무실 한쪽을 빌려 바이오넷을 설립했다. “사명을 바이오넷으로 정한 것은 원격진료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진단장비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2001년부터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이 회사도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 거래처가 부도를 내 연매출의 10%를 넘는 미수채권이 생기기도 했다. 강 사장은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 초기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산업은행의 출자를 받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인력을 모으고 연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해마다 1개 품목꼴로 제품을 개발했다.
2000년 심전계를 내놓은 것을 비롯해 2002년부터 태아감시장치, 환자감시장치, 체지방측정기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2007년에 의약품 주입펌프, 이듬해 개량형 심전계를 내놓는 등 신제품 개발행진은 계속됐다.
강 사장은 “의약품 주입펌프는 정확한 양의 마취제를 정맥에 주사하는 장치인 정맥마취시스템으로 이에 관한 원천기술과 특허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허만 25건을 획득했고 출원을 포함하면 모두 52건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현재 직원 75명 중 연구 및 기술인력이 32명으로 40%가 넘고 석·박사급도 2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체 신호계측이 축적된 임상기술 확보를 위해선 공학 물리학 화학 의학 생리학 통계학 등의 기술융합이 필요하다”며 “실력과 인화의 덕목을 갖춘 우수한 인재영입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 글로벌 전략이다. 의료기기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매출 신장에 한계가 있다. 강 사장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MEDICA)를 비롯해 각종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브랜드를 알렸고 좋은 바이어 발굴에 적극 나섰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04년 구로동으로 이전하면서 그해 독일의 MGB도 인수했다. 창업한 지 5년 만이다. 이 역시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MGB는 베를린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업체로 1886년 창업해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내시경 분야에 강점을 가진 업체다.
강 사장은 “당초 MGB는 메디슨이 인수했다가 타사를 거쳐 우리가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넷은 생체신호계측장비와 내시경이라는 양대축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글로벌 전략은 이같이 창업 초기부터 추진됐다. 2005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현지법인도 세웠다.
셋째,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유비쿼터스(U)-헬스’ 관련 다양한 기술확보다. 언제 어디서나 진단하고 이런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강 사장은 “생체신호, 약물전달, 초음파, 내시경 등 다양한 U헬스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원격진료 사업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생체신호 분야에서는 △심전도 측정 및 자동진단 △운동부하 측정 및 진단 △폐기능측정 △혈압측정 △혈중산소포화도 △체성분분석 △이산화탄소 분석 △혈액성분(혈당)분석 △태아심음(心音) 분석 △통증완화 △동맥경화측정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4시간 심전계(홀터심전계)는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착용하고 우주에 다녀오기도 했다.
강 사장은 “홀터심전계는 전자파 차폐 처리를 했고 무중력 환경에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위치센서를 부착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약물전달시스템에서는 마취와 통증완화, 초음파 분야에서는 초소형 초음파진단 및 도플러 기술 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GB가 생산하는 수술용 내시경은 작은 구멍을 통해 인체 내부의 수술을 하는 장치다. 수술장비, 관측장비, 디스플레이, 조명 등이 결합된 종합 의료장비다. 이와 관련한 복강경 관절경 자궁경 방광경 등의 기술도 갖고 있다.
강 사장은 “내시경 수술은 감염률이 낮고 회복이 빠르며 흉터가 작아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내시경 수술장비 시장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자주 직원들과 모임에 어울린다. 지난달 말 인근 가산동 롯데시네마에서 직원들과 영화 ‘명량’을 봤고 이따금 뮤지컬이나 각종 공연도 함께 보러 다닌다. 기업 발전이 사장의 권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임직원의 단합된 힘에서 나온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