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떠나는 자·남는 자·받아들이는 자…모두가 행복한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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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폴 콜리어 지음 / 김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384쪽 / 2만3000원
폴 콜리어 지음 / 김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384쪽 / 2만3000원
안전행정부의 ‘2014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 1월1일 기준으로 156만9740명이다. 대전(153만2811명) 광주(147만2910명) 인구보다도 많다. 주민등록 인구(5114만1463명)의 3.1%로, 30명 중 1명은 외국인인 셈이다. 2010년 110만6000여명이던 외국인 주민은 4년 새 41.8% 늘어났다.
중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영등포, 경기 안산 등에선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정책이나 정서가 아직 국제 이주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엑소더스》는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빈곤문제 전문가인 저자가 국제 이주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국제 이주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은 두 개의 극단적 시각에 갇혀 있다. 하나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의가 가미된 이주자들에 대한 적개심이다. 다른 하나는 ‘문호개방’이 경제적 의무이자 윤리적 의무라고 생각하는 견해다.
저자는 “감정에 치우친 극단적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제 이주에 대한 극단적 감정을 배제하고 ‘이주가 좋은가, 나쁜가’보다는 ‘어느 정도로 개방해야 하는가’ 하는 실천적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것. “이주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비만이 되는 몸처럼 이주 역시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먼저 △왜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가 △이주자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이주자들이 유입된 나라 사람들은 어떤 영향을 받는가 등 세 가지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 사람이 부유한 나라로 이주하는 이유는 ‘극단적인 세계 불평등’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국가 간 불평등이 만연하면서 극빈국의 젊은이들은 자국에서의 삶에 큰 희망을 갖지 못하게 됐다. 이들은 다른 나라에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전 재산을 털어 이주를 감행한다.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자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면 그 나라에선 교육열이 높아지고 해외로부터 송금이 늘어나게 된다. 선진국의 민주 정치제도를 경험하고 돌아와 자국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 유출국은 대량 이주 때문에 고학력 인재를 잃게 된다. 아이티는 교육받은 인구 가운데 85%를 잃었다. 그만큼 발전 속도도 더뎌진다.
반면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부족한 노동력과 인구를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재 확충 등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들고, 원주민과 이주민의 문화 차이로 인한 충돌과 폭력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대규모 국제 이주는 결국 인구 유출국과 유입국 모두에 손해이며, 이주의 원인인 국가 간 불평등을 해결할 수도 없다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따라서 어느 지점에서는 이주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이주의 규모와 성격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유입국의 정책”이라고 단언한다. 인구 유입국 정부가 이주를 제한하는 것은 합당하지만 이로 인해 이주자 본인과 유출국에 남겨진 사람들, 유입국의 원주민들이 영향을 받는 만큼 세 집단 모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저자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국경을 넘어서면 분명 약해지겠지만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포괄적 정책’이다. 이주 정책의 최대 과제는 유출국에 남겨진 사람들과 유입국의 원주민에게 손해를 줄 만큼 이주율이 치솟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이주가 유출국에 미치는 긍정적 요인인 교육열 상승과 송금 혜택이 최고점에 이르는 이주율을 찾아 이주 인구 상한선을 정하고 더 나은 기준으로 이주자를 선별해야 한다. 이주민 집단 정착지(디아스포라)가 원주민과 통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불법 이주를 합법화하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중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영등포, 경기 안산 등에선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정책이나 정서가 아직 국제 이주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엑소더스》는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빈곤문제 전문가인 저자가 국제 이주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국제 이주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은 두 개의 극단적 시각에 갇혀 있다. 하나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의가 가미된 이주자들에 대한 적개심이다. 다른 하나는 ‘문호개방’이 경제적 의무이자 윤리적 의무라고 생각하는 견해다.
저자는 “감정에 치우친 극단적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제 이주에 대한 극단적 감정을 배제하고 ‘이주가 좋은가, 나쁜가’보다는 ‘어느 정도로 개방해야 하는가’ 하는 실천적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것. “이주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비만이 되는 몸처럼 이주 역시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먼저 △왜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가 △이주자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이주자들이 유입된 나라 사람들은 어떤 영향을 받는가 등 세 가지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 사람이 부유한 나라로 이주하는 이유는 ‘극단적인 세계 불평등’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국가 간 불평등이 만연하면서 극빈국의 젊은이들은 자국에서의 삶에 큰 희망을 갖지 못하게 됐다. 이들은 다른 나라에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전 재산을 털어 이주를 감행한다.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자국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면 그 나라에선 교육열이 높아지고 해외로부터 송금이 늘어나게 된다. 선진국의 민주 정치제도를 경험하고 돌아와 자국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 유출국은 대량 이주 때문에 고학력 인재를 잃게 된다. 아이티는 교육받은 인구 가운데 85%를 잃었다. 그만큼 발전 속도도 더뎌진다.
반면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부족한 노동력과 인구를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재 확충 등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들고, 원주민과 이주민의 문화 차이로 인한 충돌과 폭력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대규모 국제 이주는 결국 인구 유출국과 유입국 모두에 손해이며, 이주의 원인인 국가 간 불평등을 해결할 수도 없다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따라서 어느 지점에서는 이주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이주의 규모와 성격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유입국의 정책”이라고 단언한다. 인구 유입국 정부가 이주를 제한하는 것은 합당하지만 이로 인해 이주자 본인과 유출국에 남겨진 사람들, 유입국의 원주민들이 영향을 받는 만큼 세 집단 모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저자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국경을 넘어서면 분명 약해지겠지만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포괄적 정책’이다. 이주 정책의 최대 과제는 유출국에 남겨진 사람들과 유입국의 원주민에게 손해를 줄 만큼 이주율이 치솟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이주가 유출국에 미치는 긍정적 요인인 교육열 상승과 송금 혜택이 최고점에 이르는 이주율을 찾아 이주 인구 상한선을 정하고 더 나은 기준으로 이주자를 선별해야 한다. 이주민 집단 정착지(디아스포라)가 원주민과 통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불법 이주를 합법화하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