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비틀어진 농산물펀드
엘니뇨 등 기상이변 영향으로 올 상반기 줄기차게 오르던 농산물펀드가 다시 고꾸라졌다. 미국 등 주요 곡창지대 수확량이 증가하면서 국제 농산물값이 급락해서다. 상당수 전문가는 밀 콩 옥수수 등의 재고가 많은 데다 미국 수확기가 곧 다가온다는 점에서 농산물펀드 수익률이 더 하락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21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정된 10개 농산물펀드(공모펀드 기준)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2.70%였다. 지난 3개월 수익률은 -11.60%에 이를 정도로 부진하다. 전체 테마펀드 중에서 꼴찌다.

설정액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로저스 농산물지수’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57%, ‘산은짐로저스 애그리인덱스’ 펀드 0.09%, ‘신한BNPP 포커스농산물’ 펀드 -2.38% 등이다. ‘우리 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 펀드 수익률은 -7.21%로 가장 낮았다.

말라비틀어진 농산물펀드
상반기만 해도 달랐다. 지난 2월엔 한 달 만에 7.14%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강유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며 “지난 4월께 미국이 파종하기 시작한 뒤에는 날씨가 좋아지면서 수확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도 줄줄이 하락세다. 5월 주당 9600원까지 치솟았던 ‘미래에셋 TIGER농산물선물’ 주가는 현재 5년래 최저점인 7600원 선이다. ‘삼성 KODEX콩선물’은 4월18일 1만488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18%가량 떨어졌다. 6월 미국 농무부가 올해 농산물 재고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게 결정타였다는 분석이다.

전망에 대해선 아직 저점이 아니란 분석이 많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의 작황이 좋고 수확기가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며 “오는 10~12월까지 공급이 늘면서 농산물펀드 수익률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진 연구원은 “연말에 파종을 시작하는 브라질 등 남미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규 투자를 고민한다면 좀 더 기다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