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증세론을 들고나왔다. 그는 엊그제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낮은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생각을 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수확대, 서비스산업 육성, 규제개혁에 힘을 모으는 와중에 나온 여당 대표의 증세불가피론이어서 더 주목된다.

김 대표는 증세의 전제로 몇 가지 상황설명도 했다. 세금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거나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한다는 말은 맞다. 문제는 그럼에도 증세를 검토하자는 그의 결론이다. 그는 특히 “국민들에게 복지욕구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기는 어렵고, 세금은 안 들어 온다”며 다른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부터가 오류다. 분에 넘치는 복지요구라면서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우선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복지포퓰리즘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것은 새누리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탓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 지난해 이후 세금이 안 걷히는 현상에 대한 진단도 그렇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낮은 세율로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한 해법이다. 지금 여권 대표까지 나서서 증세론에 불을 지피면 그나마 보편적 증세는 사라지고 소수의 부자증세로 이어져 경기회복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 뻔하다.

그는 우리 조세부담률이 20%선이지만 독일은 23%, 영국은 29%나 된다고도 역설했다. 하지만 영국 경제의 강한 부활은 법인세 인하, 고소득층 무상교육 폐지, 재정지출 삭감 같은 정책 결과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독일 경제가 버티는 것 역시 연금개혁, 복지감축, 법인세 인하의 성과다.

새누리당의 행보를 보면 정강과 말이 다르고, 정책은 말과 또 따로인 경우가 많았다. 치열하게 연구하지 않은 데다 눈앞의 표 계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분만큼의 사내유보에 과세를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 부처 요구를 실행하려면 올해 106조원인 복지예산이 내년엔 118조원까지 올라간다. 설사 이를 의식한 증세라 하더라도 복지 정상화를 향한 최소한 프로그램은 제시하는 게 집권당의 예의다. 확대재정용 세금부터 걷자는 것이라면 실로 무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