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中내수시장 진출길 넓혀야 할 FTA협상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시진핑 정부가 자국에서 개최하는 첫 대규모 정상회의가 될 것이고, 시 주석의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될 것이다. 협상이 부진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이끌고 있는 미국은 같은 시기에 베이징에서 TPP 관련 회의를 열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초 한·중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올해 안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을 요청했다. 중국으로서는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FTA 협상타결을 발표함으로써 통상외교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부진했던 협상 분위기를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안 협상타결 전망은 밝지 않다. 다음달로 예정된 차기 협상을 앞두고 중국 측이 상품과 서비스 양허안에 대해 기존 입장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한국 내부의 협상 여건도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협상이 지속될수록 한·중 FTA 지지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더불어 중국은 한국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FTA 대상국이었다. 자동차, 화학, 기계 등 국내 주력 업종에서는 중국과의 FTA를 미국이나 EU보다 먼저 체결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한·중 FTA 기지기반이 강했다. 하지만 협상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국내 농업계의 반발을 감안해 먼저 농업개방의 범위를 정하고(1단계), 품목별 시장개방 협상(2단계)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업계는 한·중 FTA를 ‘희망’에서 ‘우려’로 보게 됐다. 한국은 대다수 농업 품목을 자유화 예외로 설정할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은 국내 업계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제조업 품목을 자유화 예외로 분류할 것임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고, 제조업계의 반발에다가 ‘사실상’ 농업예외에 대한 중국 측의 소극적 대응으로 지금까지 협상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의 FTA 논의는 10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라는 명분 외 뚜렷한 목표와 전략에 대한 연구가 부진했다. 정책당국자와 국책연구기관들은 많은 수의 보고서를 들어 충분한 연구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수출증가 중심의 분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관세율에만 이목이 집중될 뿐 FTA를 통한 실질적인 중국 내수시장 진출 기대를 걸 만한 내용은 바라기 어렵게 됐다.

관세가 중국시장 진출에 결정적인 걸림돌이라기보다는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 정치 및 통상 정책 구조의 특수성이 더 큰 장애요인이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 경제의 핵심 부분인 국유기업 관련 제도와 관행, 불합리한 규제와 절차, 협정이행 보장 방안, 협정이행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의무사항과 관행, FTA 상에서의 시장경제지위 등을 한·중 FTA 협상 차원에서 연구하고 협상에서 챙겨야만 FTA를 통한 중국 내수시장 진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 개방 품목을 늘리는 대신 중국 제조업 분야에서 추가개방을 얻어내자는 접근방식으로는 한·중 FTA 국내 지지는 물론 협상 타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들을 FTA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제조업을 넘어 중국 서비스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포괄적인 협상목표를 제시하고 기업과 함께 협상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 인하대 경제학 교수 inkyo@in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