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엊그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고액에 따라 적용하던 보험료 할증을 2018년부터 건수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전체 가입자의 10% 정도인 사고 다발 운전자가 한 해 약 2300억원의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금감원은 이렇게 거둬들인 돈을 전체 80%인 무사고 운전자 보험료 할인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는 평균 2.6% 내린다.

두 번만 사고를 내도 보험료가 30% 안팎 오르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그렇지만 장래 사고위험을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사고 ‘건수’를 할증 기준으로 한 것이나 보험료 할인 대상 무사고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인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일부러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는 보험사기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손해보험 업계의 수지 개선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동차보험은 손보업계로선 골칫거리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86.8%로 적정수준(77%)을 이미 크게 넘어섰다. 영업적자만 9418억원이다. 이번 개편으로 보험료가 오르면 업계의 적자폭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적자를 이처럼 소비자부담으로만 전가하는 게 옳은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보험업계가 정확한 사고조사와 보험금 사정(査定)에 얼마나 노력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도 상대방 운전자 생떼로 큰돈을 보험에서 물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로는 사고 운전자의 보험료까지 오른다. 하지만 과잉진료나 사고의 진상을 조사해 보험금 지급을 줄여보려는 보험사 현장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서 보험사기에 의한 보험금 누수율은 12.4%로 미국(10%) 프랑스(6%) 영국(4%)보다 월등히 높다. 보험제도 개선도 좋지만 업계 역시 보험사정 능력을 높이고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업계의 능력 부족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