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한 발 다가선 美·英 중앙은행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 내에서 나란히 ‘조기 금리 인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고 있어서다. 21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9만8000건으로 전주에 비해 1만4000건 줄었다. 실업수당을 받는 장기실업자 수도 전주 대비 4만9000명 감소한 250만명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조기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가 아직 소수에 그쳐 금리정책 방향이 당장 바뀌지 않겠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Fed 내 커지는 매파 목소리

미 중앙은행(Fed)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 7월 회의록이 20일(현지시간) 공개되자 일부 전문가는 “Fed가 예상보다 일찍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던졌다”고 풀이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경제가 최근 몇 달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주목한 대목은 ‘위원들이 대체로 노동시장이 눈에 띌 정도로 장기적인 정상 수준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많은 위원이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빨리 Fed의 목표치에 근접할 경우 현재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빨리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폴 데일 캐피털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도파 중 일부가 고용시장의 급격한 개선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FOMC 전체적으로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고, 금리 인상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분석했다. 내년 중반 이후로 예상되는 Fed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의록은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한 재닛 옐런 Fed 의장의 7월 중순 의회 청문회 발언보다 다소 공격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회 청문회 때 옐런 의장이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고용시장 회복이 느리면 더 늦출 수 있다”고 언급, 양쪽 가능성을 다 거론했지만 7월 말 FOMC에선 조기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만 집중 논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쟁을 조기 금리 인상으로 연결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마이클 돌레가 TD뱅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Fed 내 매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옐런 의장을 비롯한 ‘비둘기파’가 여전히 다수”라며 “Fed는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잭슨홀 미팅’의 옐런 연설 주목

금융시장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회의록 공개 직후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오면서 한때 주가가 급락했지만 잠시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일단 옐런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옐런 의장은 22일 미 와이오밍주의 휴양도시 잭슨홀에서 열리는 세계 중앙은행 및 경제학자의 연례회의(잭슨홀 미팅)에서 노동시장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금리정책 방향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공개된 영국중앙은행(BOE)의 8월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록에선 총 9명의 위원 중 2명이 기준금리 인상(연 0.50%→연 0.75%)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BOE 통화정책위에서 ‘반란표’가 나온 것은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시장은 BOE가 내년 2월 또는 5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