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稅收 부진'] 세금이 안 걷힌다…'세월호 쇼크' 나라살림까지 강타
세월호 참사 여파로 경기 회복세가 꺾이면서 올해 상반기 세수진도율(연간 목표 세수 대비 실적)이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상반기 나라살림도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세수입은 98조4000억원으로 정부 연간 목표(216조5000억원)의 45.5%에 그쳐 199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세수진도율은 2011년 53.3%, 2012년 52.9% 등의 수준을 보이다가 지난해엔 7년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세수는 정부 목표보다 8조5000억원이 덜 걷혔다.

올해 국세수입 부진은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기가 세월호 사고 등으로 다시 가라앉은 탓이 크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7분기 만에 최저치(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 내수경기와 동행하는 부가가치세(세수진도율 44.9%)와 관세(37.6%) 수입이 특히 부진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금융·증권시장 부진 등도 영향을 끼쳤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 하락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덜 걷히게 된다. 금융시장 침체는 법인세, 증권거래세, 이자소득세 등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과태료·벌금, 정부재산 운영·매각수입 등으로 거둬들이는 세외수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상반기 세외수입 규모는 전년보다 1조5000억원 줄어든 13조원을 기록했다. 정부 보유지분 매각 사업 등이 경기 침체로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이처럼 낮은 세수진도율은 정부가 올해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세입 전망을 부풀린 탓도 있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초 4.1%로 잡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정부)가 3.7%로 떨어질 정도로 세월호 충격이 컸다”며 “하반기에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인 만큼 재정적자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상반기 나라살림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43조6000억원으로 정부가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목표로 잡은 25조5000억원보다 17조9000억원이나 더 많았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정부 총지출)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기금 수지를 뺀 것으로 나라살림의 현황을 알려주는 지표다.

물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일반적으로 매년 6월에 최대치를 기록한 뒤 하반기 들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기는 한다. 또 연간 수입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면 각 부처 예산 중 집행하지 않은 돈(불용액)을 최대한 늘려 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 세수가 상반기에 비해 크게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최경환 경제팀 등장 이후 부동산 시장 등이 다소 활기를 띠고 있지만 완연한 회복세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지출진도율(전체 예산 대비 정부 지출액 비율)은 55.3%로 당초 목표 57%보다 1.7%포인트 낮았다. 예정대로 지출을 했더라면 적자 규모가 더 커졌을 정도로 재정여건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총 41조원의 재정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경기가 극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한 올해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