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로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이 2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던 중 혐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크게 웃고 있다. 신 의원과 같은 당 신학용 의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은 이날 밤 기각됐다. 연합뉴스
입법로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이 2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던 중 혐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크게 웃고 있다. 신 의원과 같은 당 신학용 의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은 이날 밤 기각됐다. 연합뉴스
관피아 비리, 입법 로비 등 연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국회의원 5명이 21일 일제히 법원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으나 운명은 엇갈렸다. 여당 의원 2명은 이날 모두 구속 수감됐으나 야당 의원은 3명 중 김재윤 의원만 영장이 발부되면서 야당 측 ‘입법로비’ 혐의 입증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계륜·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과 법리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오후 2시부터 잇따라 출석

이날 야당 의원 중 유일하게 구속 수감된 사람은 가장 먼저 법원에 출석한 김재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같은 당 신계륜·신학용 의원과 함께 교명에서 ‘직업’자를 뺄 수 있도록 서울예술종합실용학교(SAC)로부터 뒷돈을 받고 입법을 주도한 혐의를 받아왔다. 그는 심문 예정 시간인 오후 2시보다 10분 앞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에 나타났으며 돈을 받은 혐의를 전면 부정했다. 당초 검찰은 입법로비 의혹에서 신계륜 의원이 야당 의원 중 가장 많은 5000만원의 뒷돈을 받아 혐의가 더 중한 것으로 봤으며, 신학용 의원은 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출판기념회에서 억대 축하금을 받은 혐의를 추가로 적발했다. 그러나 김재윤 의원에게만 영장이 발부되고 나머지 의원에 대한 영장은 기각되면서 검찰이 자신을 보이던 의원들의 혐의 입증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현룡·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각각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철피아’ 수사 및 해운 업계 비리 등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원 “다툼의 여지 있다”

법원은 ‘SAC의 교명 변경과 관련한 법률을 개정해주는 대가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신학용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이 학교 김민성 이사장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들 의원의 혐의를 보다 확실히 입증하려면 재소환 등 검찰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야당의 ‘방탄국회’ 소집으로 검찰이 이들 의원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거를 보강해 영장을 다시 청구한다 해도 국회의 체포동의안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다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지지자들의 환호와 덕담 속에 귀가한 신계륜 의원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다 말했고 판사님이 객관적으로 다 들어줬다”며 “(임시국회가) 방탄국회였다면 영장심사에도 출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용 의원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제 부덕의 소치로 좀 더 마음을 정진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짧게 소회를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검찰청사를 빠져나갔다.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절차 밟아야

‘철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이날 철도부품업체 AVT로부터 사업 편의 청탁과 함께 55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2일 0시를 기해 국회 회기가 시작되는 만큼 송 의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국회의 체포동의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할 전망이다.

정소람/은정진/배석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