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맛집들 '서울점령'] '스몰맥주' 봉구비어 '인삼 넣은' 정도너츠…틈새전략 통했다
최근 2년간 외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설빙’과 ‘봉구비어’다. 설빙은 작년 4월 부산시 남포동에 1호점이 생겼다. 한 달 만에 부산·경남지역에서 200곳의 가맹계약이 이뤄졌다. 부산·경남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서울에 올라온 것은 지난해 12월. 정선희 설빙 대표는 “서울을 중심으로 지난달에만 가맹점이 70개 늘어 400호점을 돌파했다”며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이제 지방 맛집도 서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봉구비어의 인기도 설빙 못지않다. 2011년 12월 부산 서면에 1호점을 낸 이래 현재 가맹점은 600개를 웃돈다. 이 중 가맹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수도권. 지난해 1월 서울에 진출한 뒤 현재 230여개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부산에서 터전을 닦은 뒤 서울·수도권 공략에 성공했다.

2000년대 초반 쪼끼쪼끼도 비슷한 경우다. 부산 서면의 대형 호프집 ‘영타운’을 운영하던 김서기 회장이 서울에 올라와 문을 연 브랜드가 쪼끼쪼끼다. 동네 사랑방 개념의 틈새 아이템으로 히트를 쳐 2000년대 중반에는 700호점 이상 점포망을 확대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치킨이 강세를 띠고 있다. 이 중 선두주자는 교촌치킨. 권원강 회장이 1991년 경북 구미시에 1호점을 열어 뿌리를 내린 뒤, 1999년 서울 양재동에 점포를 내고 서울에 첫 진출했다. 현재 전국 950여개 점포 중 3분의 1이 넘는 322개가 서울·수도권에서 영업하고 있다. 이근갑 교촌치킨 대표는 “당시 한마리 통닭이 대세였던 치킨시장에서 부분육인 윙을 간장 소스로 바른 제품을 내놓자 서울 소비자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방맛집들 '서울점령'] '스몰맥주' 봉구비어 '인삼 넣은' 정도너츠…틈새전략 통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이나 ‘땅땅치킨’ 등도 태생이 대구다. 대구지역에 치킨 브랜드들이 강세는 띠는 것은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이 대표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역사는 대략 30년 정도인데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경북 지역에 전국 양계장의 70%가 몰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본점이 있는 정도너츠는 풍기 인삼을 넣은 ‘인삼 도너츠’가 대표 메뉴다. 홍삼엑기스를 겉면에 발라 인삼의 풍미를 더하고 건강에도 신경 썼다. 경북 지역을 관광하는 사람들이 꼭 들러야 하는 명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2007년 시작했다. 현재 서울 강남 등 전국 30여곳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의 고봉민김밥은 주문과 동시에 말기 시작한다. 2012년 12월 서울 광장동에 서울 첫 점포를 낸 뒤 수도권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춘천에서 ‘막국수 본가’로 불리는 샘밭막국수도 서울 교대역 근처에 분점이 있다. 다른 반찬 없이 막국수와 열무김치만을 상에 내오지만 인기가 높다.

서울 공략에 성공한 지방 맛집들은 독특한 맛과 더불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독특한 시장 접근법으로 파고들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봉구비어는 스몰비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동네 사랑방 개념의 쪼끼쪼끼나 오피스가의 휴식처를 표방하는 ‘와바’와는 전혀 다른 매장 컨셉트를 창조한 것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