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징계 통보를 받았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잇따른 사건·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 수위가 경징계로 감경됐다. 두 사람은 회사 안팎에서 제기돼 온 퇴진 압박에서도 벗어나게 됐지만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만큼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KB 노조는 두 사람이 경징계를 받았음에도 출근 저지 운동을 포함해 퇴진 운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징계 수위를 낮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위원들에 대해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제재심 “직접 책임 없다”

지난 6월 임 회장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분사태와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으로,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주전산기 교체 관련 내분사태로 각각 중징계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21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직접적인 책임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재심은 가장 논란이 컸던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국민은행 이사회와 경영진간 갈등이므로 임 회장의 책임이 경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이 행장의 경우엔 관련 문제를 자진 신고한 점이 감경 사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관련해선 당시 리스크 담당 부행장이었던 이 행장에게 역시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으로 결론냈다. 이 행장이 당시 도쿄지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가 최근 확인되면서 감경 사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재심은 기존 4개 제재 안건 중 임 회장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안건은 추가 검사를 통해 나중에 결론을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카드가 2011년 3월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은행이 보유한 고객 정보를 카드사로 이관한 후 순수 은행의 고객 정보(비카드 정보)는 삭제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돼 금융위원회가 추가 검사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정보 유출과 관련, 임 회장에 대한 주요 제재 근거인 신용정보법 위반에 대해 금융위의 기존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KB금융 경영정상화 쉽지 않을듯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경징계가 확정됐지만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미 두 사람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은 데다 앞으로도 서로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국민은행 사외이사와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 KB금융과 국민은행 주요 임직원간 갈등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재 장기화 여파로 KB금융과 국민은행 내부는 이미 사분오열된 상태다. 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경징계 조치에 따라 노조의 반발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두 사람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파벌 싸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안에선 보고 체계마저 붕괴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부행장이나 본부장이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이 행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지주사 측에만 보고하는 등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닌 은행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와 투자 영업도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임 회장에 대한 추가 검사 및 제재가 남아 있다는 점도 경영정상화를 어렵게 할 요인으로 꼽힌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