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종목의 시세를 조종할 목적으로 증권사 직원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과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10억원대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적 성격이 큰 연금 관계자가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검찰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조재연 부장검사)은 소재 분야 코스닥 상장 업체 H사의 주식을 매도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사학연금 자금운용팀 직원 최모씨와 모 증권사 직원 A씨를 구속했다. 또 A씨로부터 돈을 받아 최씨에게 일부를 건넨 모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B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소재 사학연금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회계장부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6~7월께 “사학연금이 H사 지분을 계속 보유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B씨에게 수억원대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이중 일부를 최씨에게 건네 지분을 매도하지 않도록 한 혐의다. 당시 사학연금은 현대EP 전체 지분의 2.7% 정도를 보유했으며 실제 최씨는 청탁에 따라 지분을 매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H사 주가는 이로 인해 급등하지는 않았지만 연기금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상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6월 주당 4000원대 후반에 불과했지만 7월말에는 5000원대 후반까지 올랐다.

검찰은 비자금의 출처와 함께 다른 종목에 대해 추가 시세 조종을 벌이지는 않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사학연금 외에도 다른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또 다른 혐의자는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범죄합수단이 출범한 이래 시중 자산 운용사가 아닌 연기금 관계자의 비리 연루 행위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금융권을 중심으로 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시중 자산운용사를 일제히 점검한 결과 상당수 펀드매니저 등 임직원이 차명계좌 등을 활용해 개인 수익을 거두는 등 불법 행위가 전반적으로 관행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