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44년에 완공한 이 터널 외에도 고속철도 최초의 해저터널인 신칸몬터널, 세계에서 가장 긴 세이칸터널, 도쿄만 아쿠아라인 등 이름난 해저터널을 많이 건설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서 거제도까지 해저터널을 뚫으려 했으니 이 분야의 강자임은 분명하다. 통영에 있는 해저터널도 일제가 만든 것이다.
국경을 넘는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영불터널(50㎞), 덴마크와 스웨덴을 잇는 외레순터널(17㎞) 등이 있다. 현재 공사 중인 터키 보스포러스해저터널(14.6㎞)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프로젝트다. 우리나라의 SK건설이 수주했다. 리비아 대수로공사 이후 한국 건설사가 국외에서 벌이는 최대 토목공사다.
아직 착공은 하지 못했지만 스페인과 모로코를 잇는 지브롤터해협의 터널(39㎞)은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고난도 공사다.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시베리아를 잇는 베링해협 해저터널(85㎞) 공사도 추진되고 있다. 이보다 더 긴 세계 최장 기록은 중국이 세울 전망이다. 랴오닝성 다롄과 산둥성 옌타이를 잇는 123㎞ 구간이 건설되면 세이칸터널의 2배가 넘는 길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해저터널 계획이 성사되면 최장 기록은 또 바뀌게 된다. 현재 한·중 노선은 인천~웨이하이(362㎞), 평택~웨이하이(374㎞), 군산~웨이하이(380㎞) 등 3개가 검토되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 논의는 이보다 훨씬 오래됐다. 일본은 거제~가라쓰 2개 노선과 부산~가라쓰 1개 노선 등 3개 안을 만들고 거제 서쪽 구간을 1순위로 꼽고 있다. 한국은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선호하고 있다. 모두 200㎞가 넘는 거리다.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경제성과 편의성을 놓고 찬반양론이 첨예하다.
최근엔 목포~제주 해저터널 방안도 급부상했다. 해남과 보길도, 추자도를 거쳐 제주까지 171㎞ 구간을 고속철도로 연결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28분만에 갈 수 있다. 그러면 제주공항 포화 문제도 해결되려나.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