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에 스피드, 판단력까지 겸비한 한국 복싱의 희망

한국 복싱의 희망 김형규(22·한국체대)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2년간 끊겨있는 이 대회 '금맥'을 이을 적임자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다.

역대 아시안게임에 걸린 금메달 총 167개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56개를 쓸어담았던 한국 복싱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한 번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인천 대회는 홈에서 열리는데다 '헤드기어 변수'가 있어 이전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보다 금메달 수확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복싱협회(AIBA)는 침체된 아마추어 복싱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국제대회에서 성인 선수들이 헤드기어를 벗고 경기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대회는 헤드기어 없이 치러지는 첫 번째 아시안게임이다.

한국 복싱이 남자부에서는 카자흐스탄, 여자부에서는 중국에 크게 밀리는 모양새지만 경기 규칙이 크게 변화한 변수가 있는만큼 금메달 하나 정도는 기대해볼 만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번 아시안게임 복싱 81㎏급에 참가하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펀치를 자랑하는 김형규는 헤드기어를 벗어던진 새로운 아마추어 복싱에 최적화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달 중국 구이양에서 열린 차이나오픈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6강전부터 결승까지 4경기 가운데 2경기를 KO로 끝냈다.

유럽과 아시아의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대회였다.

국내 대회에서는 그의 주먹이 두려워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링 위에 오르기를 포기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로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헤드기어가 사라지면서 국제대회에서 공격적인 선수가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추세다.

김형규도 그중 하나다.

김형규는 기본적으로 빠른 풋워크로 상대 주위를 맴돌며 '한 방'을 노리는 아웃복서다.

그러나 상대의 가드가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으면 인파이팅에 돌입해 난타전을 벌인다.

이 시점을 잡는 판단이 매우 정확하다는 게 복싱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박시헌 남자 대표팀 감독은 "김형규는 파워에 스피드, 판단력까지 3박자를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물론 다른 체급 대표선수들처럼 김형규 앞에도 카자흐스탄이라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같은 체급의 아딜벡 니야짐베토프(25)를 넘어야 금메달 획득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형규는 2011 바쿠 세계선수권 32강전에서 니야짐베토프에 판정패를 당한 적이 있다.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즐겁게 훈련해야 성과가 좋다'는 신조에 따라 나사가 하나 풀린 듯한 웃음을 지으며 훈련하는 김형규이지만 금메달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굳어진다.

그는 휴식 시간이면 노트북 컴퓨터에 모아놓은 니야짐베토프의 경기 영상을 수시로 돌려보며 분석에 여념이 없다.

김형규는 최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 오른손 어퍼컷 한 방에 한 번 걸리기만 하면 누구든지 KO시킬 자신 있다.

'내가 죽든 네가 죽든' 하는 마음가짐으로 남은 한 달을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