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복싱은 굵직한 세계 대회에서 '메달밭' 노릇을 톡톡히 한 대표적인 효자종목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김광선과 박시헌이 동시에 금메달을 따며 국민을 열광케 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1986년 서울 대회에서 12체급 모두를 싹쓸이하며 아시아 최강의 면모를 확인했다.

복싱이 1954년 마닐라 대회에서 정식종목이 된 이래 이 종목 메달을 가장 많이 가져간 나라가 한국이다.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총 650개의 메달 가운데 107개를 한국이 쓸어담았다.

금메달만 따지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167개 중에 56개를 챙겼다.

2위 태국(19개)의 3배 가까이나 된다.

그러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배고픈 운동'으로 알려진 복싱 저변이 급격히 엷어졌고 국제대회에서의 위상도 떨어졌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수확했으나 이후 '금맥'이 끊어진 상태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은메달 3개와 동메달 1개에 만족해야했고 광저우에서는 동메달만 2개를 따며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남자 복싱에서는 카자흐스탄이, 여자 복싱에서는 중국이 위세를 높이고 있다.

1990년부터 장기 집권중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주도로 복싱에 집중 투자한 카자흐스탄은 올림픽에서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 매 대회 금메달을 수확하며 자타공인 복싱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박시헌 남자 대표팀 감독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도 카자흐스탄을 최강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여자 복싱에서는 지난 광저우 대회에서 중국이 금메달 3개를 싹쓸이하며 아시아 최강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목표는 일단 소박하다.

총 13개(남 10·여 3) 금메달 가운데 1개라도 따 12년간 끊긴 금맥을 다시 잇는게 최우선 과제다.

다만 이번 대회는 홈에서 열리는 데다가 사상 처음으로 헤드기어를 벗고 치러진다는 변수가 있어 한국이 욕심을 조금 더 부려봐도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복싱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패기 넘치는데다 실력까지 갖춘 '뉴페이스'가 골고루 포진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기대도 높다.

국내 대회에서 KO 행진을 벌여왔고 국제 대회에서도 꾸준히 입상권을 유지한 81㎏급 김형규(22·한국체대)의 주먹에 걸린 기대가 크다.

박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헤드기어 변수'의 덕을 가장 크게 볼 선수가 막강한 파워를 갖춘 김형규"라고 강조했다.

이달 초 열린 타이베이 국제대회에서 우승과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히며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56㎏급의 함상명(19·용인대) 역시 파워를 겸비한 테크니션이다.

국제대회마다 금메달 기대주로 주목받았으나 광저우 대회에서 8강, 런던 올림픽에서는 16강 탈락의 아픔을 맛본 49㎏급 신종훈(25·인천시청)도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75㎏급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풋워크를 자랑하는 박진아(25·보령시청)와 지난 5월 라이언스컵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수연(27·경북체육회)이 '금빛 도전'에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