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리포트] 다시 '화력 뿜는' 국부펀드…올해 투자, 신흥국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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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되찾고 투자 확대…지난해 수익률 9~15%
올 상반기 직접투자 23% 급증…금융위기 직전 최고치 근접
"이제는 신흥국이다"
GIC, 홍콩·印업체 지분 인수…GPFG "對中 투자, 아직 부족"
올 상반기 직접투자 23% 급증…금융위기 직전 최고치 근접
"이제는 신흥국이다"
GIC, 홍콩·印업체 지분 인수…GPFG "對中 투자, 아직 부족"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손’ 국부펀드에도 2008년 금융위기는 큰 시련이었다. 국부펀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는 안정적 수익을 목표로 운용되지만 당시 상당수 국부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했고, 일부는 막대한 손실을 냈다.
이후 ‘와신상담((臥薪嘗膽)’하던 국부펀드들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상반기 국부펀드들의 직접투자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최고치에 근접했다. 지난해 선진국 시장에 집중 투자해 적잖은 재미를 본 국부펀드들이 올 들어선 신흥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15.9% 수익
지난 8일 ‘2013 연차보고서’를 공개한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해 주요 국부펀드는 지난해 10% 안팎의 양호한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글로벌정부연기금(GPFG)의 지난해 수익률은 15.9%로 전년도(13.3%) 대비 소폭 상승했다. 6월 결산법인인 호주퓨처펀드(AFF)는 2012년 2.1%에 불과하던 수익률이 지난해 15.4%로 껑충 뛰었다. CIC(9.3%)와 한국투자공사(KIC·9.15%)는 2012년보다는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9%대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요 국부펀드들이 지난해 양호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다우지수는 26.5%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도 38.3% 급등했다. 영국(14.4%) 독일(25.5%) 일본(56.7%) 등 주요 선진국 증시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CIC는 전체 주식자산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2년 77.0%에서 지난해 82.9%로 높였다. 반면 신흥국 시장 비중은 같은 기간 23.0%에서 17.1%로 줄였다. AFF 역시 선진국 주식 투자 비중을 2012년 17.5%에서 지난해엔 23.8%로 늘렸다. 원래 선진국 주식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GPFG는 2012년 90.1%였던 비중을 지난해 90.2%로 소폭 늘렸다. GPFG는 연차보고서에서 “2013년은 훌륭한 한 해였다”며 “주식 투자 수익률이 26.3%에 달해 전체 운용 수익률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 전략은 국부펀드별로 엇갈렸다. CIC와 GPFG는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린 반면 AFF는 선진국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GPFG는 지난해 콜롬비아 헝가리 필리핀 등 세 나라 채권시장에 처음으로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CIC가 지난해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투자 비중을 2%에서 5%로 확대하고, GPFG가 부동산 투자 비중을 0.7%에서 1.0%로 늘린 것도 눈길을 끈다. 경기회복세 확산을 염두에 둔 투자라는 분석이다.
◆“신흥국 자산은 아직 저평가”
지난해 높은 수익률로 자신감을 회복한 국부펀드들은 올 들어 보다 활발하게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미국의 국부펀드연구소(Sovereign Wealth Fund Institute)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부펀드들의 신규투자 금액(외부위탁 아닌 직접투자 기준)은 500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상반기 때 기록한 최고치(510억5000만달러)와 엇비슷한 규모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대표적이다. GIC는 올 들어 홍콩의 소매체인점 왓슨스(Watsons) 지분 25%를 57억달러에 인수했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에도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림 초우 키앗 GI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 경제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부분 충분히 극복 가능한 장애물”이라며 “선진국 자산 가격은 고평가돼 있지만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연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의 셰이크 하마드 빈 제이드 이사도 지난 22일 내셔널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은 신흥국”이라며 “국부펀드를 비롯한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이 아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GPFG는 올해 초부터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빠른 속도로 확대해왔다. 잉게브 슬링스타드 GPFG CI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저평가된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투자가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 국부펀드
sovereign wealth fund. 정부가 보유한 외환이 적정한 수준 이상일 때 일부를 따로 떼어 투자 목적으로 모아놓은 자금, 또는 이 같은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을 뜻한다.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오일달러나 경상수지 흑자로 발생한 외환 보유액 등이 자금의 원천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이후 ‘와신상담((臥薪嘗膽)’하던 국부펀드들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상반기 국부펀드들의 직접투자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최고치에 근접했다. 지난해 선진국 시장에 집중 투자해 적잖은 재미를 본 국부펀드들이 올 들어선 신흥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15.9% 수익
지난 8일 ‘2013 연차보고서’를 공개한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해 주요 국부펀드는 지난해 10% 안팎의 양호한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글로벌정부연기금(GPFG)의 지난해 수익률은 15.9%로 전년도(13.3%) 대비 소폭 상승했다. 6월 결산법인인 호주퓨처펀드(AFF)는 2012년 2.1%에 불과하던 수익률이 지난해 15.4%로 껑충 뛰었다. CIC(9.3%)와 한국투자공사(KIC·9.15%)는 2012년보다는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9%대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요 국부펀드들이 지난해 양호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다우지수는 26.5%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도 38.3% 급등했다. 영국(14.4%) 독일(25.5%) 일본(56.7%) 등 주요 선진국 증시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CIC는 전체 주식자산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2년 77.0%에서 지난해 82.9%로 높였다. 반면 신흥국 시장 비중은 같은 기간 23.0%에서 17.1%로 줄였다. AFF 역시 선진국 주식 투자 비중을 2012년 17.5%에서 지난해엔 23.8%로 늘렸다. 원래 선진국 주식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GPFG는 2012년 90.1%였던 비중을 지난해 90.2%로 소폭 늘렸다. GPFG는 연차보고서에서 “2013년은 훌륭한 한 해였다”며 “주식 투자 수익률이 26.3%에 달해 전체 운용 수익률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 전략은 국부펀드별로 엇갈렸다. CIC와 GPFG는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린 반면 AFF는 선진국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GPFG는 지난해 콜롬비아 헝가리 필리핀 등 세 나라 채권시장에 처음으로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CIC가 지난해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투자 비중을 2%에서 5%로 확대하고, GPFG가 부동산 투자 비중을 0.7%에서 1.0%로 늘린 것도 눈길을 끈다. 경기회복세 확산을 염두에 둔 투자라는 분석이다.
◆“신흥국 자산은 아직 저평가”
지난해 높은 수익률로 자신감을 회복한 국부펀드들은 올 들어 보다 활발하게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미국의 국부펀드연구소(Sovereign Wealth Fund Institute)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부펀드들의 신규투자 금액(외부위탁 아닌 직접투자 기준)은 500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상반기 때 기록한 최고치(510억5000만달러)와 엇비슷한 규모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대표적이다. GIC는 올 들어 홍콩의 소매체인점 왓슨스(Watsons) 지분 25%를 57억달러에 인수했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에도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림 초우 키앗 GI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 경제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부분 충분히 극복 가능한 장애물”이라며 “선진국 자산 가격은 고평가돼 있지만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연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의 셰이크 하마드 빈 제이드 이사도 지난 22일 내셔널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은 신흥국”이라며 “국부펀드를 비롯한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이 아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GPFG는 올해 초부터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빠른 속도로 확대해왔다. 잉게브 슬링스타드 GPFG CI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저평가된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투자가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 국부펀드
sovereign wealth fund. 정부가 보유한 외환이 적정한 수준 이상일 때 일부를 따로 떼어 투자 목적으로 모아놓은 자금, 또는 이 같은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을 뜻한다.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오일달러나 경상수지 흑자로 발생한 외환 보유액 등이 자금의 원천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