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씨가 내달 23일 독일 본 쿤스트페어라인  '여럿의 폴리' 전에 출품하는 '상자에 가둔 발레'.  국제갤러리 제공
양혜규 씨가 내달 23일 독일 본 쿤스트페어라인 '여럿의 폴리' 전에 출품하는 '상자에 가둔 발레'. 국제갤러리 제공
설치·회화작가 이우환 씨가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는 가운데 한국 미술가들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무대에서 ‘미술 한류’ 붐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을 비롯해 김수자, 양혜규, 이광호, 이불 이영빈, 이용백 씨 등이 주인공.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국제 시장에서 한국 미술 애호가층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보따리 작가’로 잘 알려진 설치작가 김수자 씨(57)는 비디오 영상 작품 ‘앨범-소잉 인투 보더라인(An Album-Sewing into Borderlines)’을 최근 미국 애리조나의 멕시코 국경 지역에 영구 설치했다. 2010년 오바마 정부가 예술 지원책의 하나로 미국 연방 총무청의 아트인아키텍처 프로그램으로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남미 이민자의 인터뷰를 영상 처리해 멕시코 국경 지역인 노갈레스에 있는 마리포사 육로 보행 입국장의 회전문 위에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설치했다. 마리포사라는 특정 장소와 지역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신작이다.

서울과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양혜규 씨(42)는 다음달 13일부터 열리는 대만 타이베이 비엔날레에 참여한다. 양씨는 ‘거대 가속’을 주제로 열리는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 자신의 대표적 조각 언어로 꼽히는 광원 조각 시리즈를 중심으로 의인화된 조각 군상을 선보일 예정. 여러 형태의 재료가 자유분방하게 결합돼 옷걸이에 늘어진 모습이 일종의 군상을 이룬다. 양씨는 이어 다음달 23일부터 두 달간 독일 현대미술의 원동력인 본 쿤스트페어라인(Bonner Kunstverein)에서 열리는 ‘여럿의 폴리’전에도 참여한다. 네덜란드 작가 가브리엘 레스터와의 2인전이다.

백남준을 비롯해 이우환, 김아타, 이용백 등 한국의 대표 작가들이 참여하는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전은 오는 29일부터 내달 28일까지 중국 항저우시 삼상당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최근 상하이에 지점을 낸 학고재갤러리가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중국 미술의 본고장인 항저우에 ‘미술 한류’를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다.

목욕탕과 한옥 그림으로 유명한 이영빈 씨는 런던 메이저화랑 터디힉스갤러리(9월12일~10월6일), 설치미술 작가 최재은 씨는 체코 프라하 국립현대미술관(9월21일까지)에서 각각 개인전을 열고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예정이다.

‘예술전사’로 불리는 이불 씨는 내달 10일부터 두 달간 영국 버밍엄 아이콘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광호 씨는 최근 독립출판사 지아슬라(Zioxla)에서 발행하는 북 프로젝트 ‘기묘한 식물들(Strange Plants)’에 참여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세계 미술계에서 국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미술 한류에 대한 수요층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신호”라고 반겼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