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전통발효식품산업을 키우자
최근 과학자들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은 몸과 성질, 생각 등을 관장한다고 알려진 유전인자는 부모에게서 받지만 후천적 요인에 의해서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 좋은 예가 벌의 유충이다. 유충에게 화분과 꿀만 먹이면 일벌이 되고 로열젤리를 먹이면 여왕벌이 된다. 이처럼 타고난 유전인자가 후천적 요인에 의해 변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을 후성유전학이라고 하며 많은 학자들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내놓고 있다.

우리가 수천년 먹어왔던 4대 전통발효식품, 즉 김치 장류 젓갈 식초 등은 한민족의 유전인자에 큰 영향을 미친 음식들이다. 수십년 외국 생활을 한 사람도 고향의 맛이라고 하여 이들 전통발효식품을 못 잊는 것은 각자의 유전인자에 이들 요소가 각인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전통발효식품은 우리 식문화의 뿌리이면서 모든 음식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밥상에는 김치가 있어야 하고 모든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는 간장이 제격이다. 매운맛과 감칠맛을 내는 데는 고추장과 젓갈이 아니면 독특한 맛을 낼 수 없다.

전통발효식품은 오묘한 복합미를 갖고 있다. 콩 채소류 어류 곡류를 원료로 이용하면서도 발효 과정을 거치고 나면 본래의 성질이 변해 완전히 새로운 산물을 만들어 낸다. 창조 과정이다. 콩을 원료로 한 장류는 그 특성이 원료와 다르고 배추와 김치를 같다고 할 수 없으며 멸치와 멸치젓은 맛이 크게 다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발효식품은 암의 발현 억제, 심혈관 질환의 경감, 비만을 막아주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거나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발효식품을 접하는 젊은 층의 태도는 예전 같지 않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서양 음식이 일반화되면서 전통의 것이 밀려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가는 서양식에 따른 유전인자의 변화로 고유 민족성까지 달라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리의 정신문화요, 조상의 얼이 담긴 전통발효식품은 지켜내야 한다. 더 넓은 발효산업, 새 성장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것을 바탕으로 새 아이디어를 도입해 산업화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근간이다. 마침 대한민국식품대전이 내달 2일부터 열린다. 우리 전통발효식품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신동화 < 전북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