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공정 계약 강요하는 서울시
본지가 지난달 28일 ‘서울시가 서울랜드를 운영할 신규 사업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이후 A기업 고위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서울랜드 입찰 참가를 고민 중이던 이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의 뜻밖의 반응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찰문의를 해도 서울시 관계자들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귀찮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말로만 경쟁입찰이지 요식행위인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결국 이 업체는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감한 서울랜드 차기 운영권 입찰엔 현 사업자인 (주)서울랜드와 (주)광주패밀리랜드 등 두 곳만 참여했다. 당초 다수 대기업들이 참여할 것이란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 입찰 공고가 발표된 이후 관심을 보인 기업들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참여를 포기한 이유가 뭘까.

이번에 선정된 기업은 다음달부터 2017년 5월까지 서울랜드 운영을 맡게 된다. 대규모 투자를 하기엔 운영 기간이 3년도 채 되지 않아 지나치게 짧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노후화된 서울랜드 놀이시설을 교체하는 데만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다고 2017년 입찰 때 재선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이번 입찰항목에 한 가지 특수조건을 내걸었다. ‘서울시가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허가기간이 종료하지 않은 경우에도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적으로 쌍방 간 계약에 있어 한쪽이 중대한 잘못을 했을 때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계약 당사자 한쪽이 마음대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계약 조건에서 대기업들의 입찰 참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7년 5월에 사용기간이 만료되는 시설이 있어 계약기간을 이때까지로 잡았다”며 “계약기간 도중 허가를 취소할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2004년에도 서울랜드의 현 운영 사업자인 (주)서울랜드와의 30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10년이 흘렀지만 서울시의 ‘갑(甲) 행세’는 여전하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