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경쟁률 100 대 1. 은행권 입사 경쟁이 시작됐다. 상반기 채용이 없었던 터라 은행권 채용이 하반기에는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일 채용공고를 내고 다음달 3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채용 규모는 은행권 가운데 최대 규모인 290명이다. 25일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에 250명의 행원을 뽑는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행에는 1만6000여명, 우리은행에는 1만800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업·신한·하나은행의 채용은 추석 이후가 될 전망이다.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국민은행, 지방대 30% 채용…우리은행, 외국어·자격증란 없애
○국민 290명 채용…자기소개서 항목 9개

‘현재 국내 은행 산업의 상황을 나타낼 수 있는 ‘사자성어’를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올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공고를 낸 국민은행의 자기소개서 질문 항목이다. 최근 은행권은 예대마진 축소와 기업 부실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및 온라인 뱅킹 확대로 지점 통폐합이 가속화하면서 신규 채용도 줄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런 은행산업의 변화와 관련해 지원자들의 통섭형 역량을 사자성어를 통해 묻고 지원자 개인의 의견을 듣고자 이런 질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은행 측은 이 밖에 자기소개서 질문 항목으로 약술형 4개, 서술형 5개 등 모두 9개 문항을 담았다.

국민은행의 이번 채용 특징은 지방대 출신 30% 채용, 이공계 전공자 우대, 필기에 국어·국사 추가 등이다. 국민은행은 3년 전부터 도입한 ‘해외 우수인재 채용’을 올 상반기에 폐지했다. 하반기엔 지역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취지로 신입사원의 30%를 지방대 출신으로 채우기로 했다. 지역 인재를 뽑아 지역 중소기업과 밀착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공계 전공자 우대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술력 담보 금융 확대로 이 분야를 평가할 수 있는 이공계 인재 풀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필기에 국어·국사를 추가함에 따라 기존 경제·금융·상식 문제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이 밖에 최근 읽은 인문도서 10권을 기입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서울대 필독서, 삼성경제연구소 추천서, 4대 서점 스테디셀러 등에서 중복 추천된 인문서적 30선을 예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시한 30선 이외의 책을 써도 무방하며 굳이 10권을 모두 쓰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 250명 … 헌혈 횟수 기재도

우리은행의 올 하반기 채용 테마는 ‘탈스펙’이다. 지원서에 어학 성적과 금융자격증란을 없앴다. 다만 한국사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취업준비생들이 금융 3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사 자격증은 지원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채용에서 해외 현지어 능통자를 우대한다. 우리은행이 갖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향후 해외 전문인력으로 육성할 풀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우리은행 채용의 특이점은 ‘헌혈 횟수’를 기입하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사랑의 실천이기에 헌혈자를 우대할 방침”이라며 “하지만 헌혈 횟수가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자기소개서 문항은 5개다. 가장 먼저 지원자의 가치관과 삶의 경험을 에세이로 작성토록 했다. 다만 도전, 성공, 실패, 지혜, 배려, 행복 등의 제시어를 담아서 써야 한다. 이어 지원 동기와 입사 후 비전을 기술하도록 했으며, 우리은행 영업점과 다른 시중은행을 방문한 뒤 개선점을 쓰는 문항도 있다. 여기에 은행원으로서의 직업윤리와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 한 권을 쓰라는 질문도 있다. 우리은행 채용팀 관계자는 “겸손하고 배려심 있고 정직하면서도 진취적인 사람을 뽑고 싶다”고 인재상을 밝혔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