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이 시장통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점판이다. 광화문희망나눔장터가 지난 24일 재개장해 일요일마다 열리고 2003년에 개설된 뚝섬아름다운나눔장터는 토·일요일마다 판을 벌이고 있다. 서울 각 구에는 지난해부터 소위 녹색장터가 개설됐다. 다음달 초에는 ‘추석절 농수산물 서울장터’를 위해 시청 앞 광장까지 개방한다. 21세기 서울 시내가 온통 19세기식 난전(亂廛)이다.

희망과 아름다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좋다고 할 것인가. 물론 놀잇거리가 없는 가정에서는 한 번쯤은 이런 노점에 가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도 도심을 시골의 가을 운동회 같은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가.

우려되는 것은 서울시가 도시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주말마다 이런 시장을 열고 각 구·동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장려하며 협동조합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면 그런 의심도 할 만하다. 도시문명이 만들어낸 고도화된 분업구조를 애써 부정하며 원시적 촌락공동체로 돌아가자는 반도회적 사고방식이 아닌가 우려하게 되는 것이다. 시청 앞 광장에 간이화장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정말 몰취미다. 농촌경제는 그것대로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고 유통시장은 근대화된 유통질서의 혁신체제가 있는 것이다. 자원봉사 등을 명분으로 서울 곳곳에 장터 이벤트를 여는 것은 정치적 오해까지 부를 수도 있다.

서울은 인구 1000만의 거대 도시다. 뉴욕 런던 도쿄 베이징 같은 도시들과 경쟁해야 한다. ‘한류’ 브랜드에 서울은 핵심 아이콘이다. 그런 지향적 가치를 잊고 이런 이벤트를 상설화하는 것은 시대역행이다. 도시는 깨끗해야 한다. 또 자유롭고 익명이기 때문에 고도화된 분업구조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창의적 직업들도 태어난다. 농산물 수산물조차 그것대로 잘 정리된 물류라인을 통해 도회적으로 흘러가야 하는 것이다.

뉴욕이 창의성의 용광로가 된 데는 그런 도시의 원리가 작용한 것이다.(게리 하멜 전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도심의 장터 이벤트는 도시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