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이 불투명하다고 한다.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내달 열기로 한 13차 협상의 날짜조차 확정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국이 농수산물과 공산품시장 개방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애초 공언했던 ‘높은 수준의 FTA’와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양국 정상들이 두 번씩이나 공개 약속했던 일들이 모두 공수표로 돌아갈 모양새다.

한·중 FTA 협상은 2012년 5월 시작됐지만 사실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중국은 한국이 관심 있는 석유화학, 기계, 철강 등 공산품을 초민감품목에 포함하자는 입장인 반면 우리는 중국이 관심을 두는 농수산물을 초민감품목에 넣자며 맞서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협상은 지금껏 원점을 맴돌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합의된 사안조차 번복하기 일쑤라고 한다. 한국은 한국대로 농민 반발을 의식하는 등 대내 협상여건이 나아진 게 없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당연하다. 이대로 가면 타결이 되더라도 양국 모두 예외품목만 잔뜩 설정한, 무늬만 FTA로 전락할 게 뻔하다.

기대를 갖고 지켜보던 국내 업계도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때 중국과의 FTA를 서두르자고 했던 국내 산업계로서는 농수산업과 제조업을 교환조건처럼 협상하는 지금의 구도로는 크게 기대할 게 없다고 보는 것이다. 더구나 높은 수준의 FTA를 하려면 지식재산권 등 중국의 법과 제도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국이 그럴 준비가 안돼 있다는 점도 실망을 더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FTA를 한들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의식하며 한·중 FTA 타결이라는 상징적 효과만 거두면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만 환상을 갖고 중국과 협상을 벌인 것인가. 도대체 누가 대통령에게까지 높은 수준의 한·중 FTA라는 거짓말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