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맥박 빠르면 수명이 짧은가
심장은 두근두근하기 때문에 그 무게가 네 근(2.4㎏)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 무게는 고작 350~600g 정도다. 동의보감에선 지혜의 샘이자 영혼이 깃든 곳으로도 설명한다. 현대의학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견해가 많다. 심장은 평생 뛰어야 한다. 이 기관이 멈춰 버리면 인간은 죽게 된다.

심장이 일생동안 뛰는 횟수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평균 15억회에서 23억회 정도로 추산한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들도 평생 이만큼 심장이 뛴다고 한다. 이 사실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학자가 스위스 출신 화학자 막스 클라이버다. 그는 1932년 모든 동물에서 신체 사이즈(체구)와 에너지 소비량(대사량)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작은 동물이 하루에 먹는 양은 적지만 대사율은 큰 동물보다 높다. 큰 동물과 같은 체온을 유지하려면 더욱 많은 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쥐는 맥박이 분당 약 500~700회에 이르고 수명은 3년이다. 분당 30회 정도의 코끼리는 평균 60년 산다고 한다. 이것이 ‘막스 클라이버의 법칙’이다. 이런 것을 연구하는 분야를 시간생물학이라고도 한다.

인간의 맥박은 분당 평균 60~80회다. 맥박이 평생 23억회를 뛴다고 할 경우 분당 심장박동수가 60회면 73년, 70회면 62.5년, 80회면 54.7년밖에 살지 못한다. 그런데 심장병 전문의들은 이 이론에 동조하지 않는다. 맥박의 증감은 자율신경에 좌우되기 때문에 수명과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맥박이 빨라지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망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점은 인정한다.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심장박동이 1분간 70회 이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에 의한 사망위험성이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맥박수가 감소하면 다른 질병에 의한 사망률도 줄어든다는 이탈리아 연구진의 보고도 있다.

마라톤을 하면 심장이 빨리 뛰어 수명이 짧아질 것이라는 가설은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신체를 단련시켜 심장을 더욱 천천히 뛰게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신장이나 폐등 다른 기관들이 나빠지면 심장은 더 빨리 뛰어야 하고 부담이 생긴다.

엊그제 처서가 지났다. 찬바람이 불면서 심장마비나 돌연사가 우려되는 때다. 빨리빨리 증후군이 만연된 사회다.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반 발짝만 뒤로 물러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