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도 윤리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데 사회에서 무슨 공중도덕이나 예절을 기대하겠습니까.”
25일 윤리 과목 수업이 진행된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교실. 수업을 듣는 학생은 30명으로 해당 학년 전체 학생 중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나마 수업시간도 1주일에 딱 1시간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선택과목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만 관심을 보였다. 김모군은 “사실 수업시간에는 시험에 주로 나오는 동양과 서양 철학사조에 대한 내용을 주로 배우고 공동체 규범 등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 윤리담당 교사는 “교육현장에서 윤리, 도덕 수업은 이미 국·영·수에 밀려 ‘입시용 선택과목’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했다.
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명맥만 남은 윤리, 도덕 수업
학교에서 윤리, 도덕 과목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1973년부터 초·중·고교에서 필수과목으로 1주일에 최소 2시간씩 수업하던 윤리, 도덕은 1997년 7차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영어 수업 시행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폐지론이 도마에 오르며 주당 1시간으로 줄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사회영역의 선택과목으로 정해지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입시가 가까워져 올수록 윤리, 도덕 수업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초등학교에서 1주일에 2시간씩인 도덕 수업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까지 1주일에 1시간으로 줄고 고교 2학년부터는 수능시험에서 윤리를 선택과목으로 고른 학생들만 수업을 받는다. 한 고교 윤리담당 교사는 “그나마 다른 사회 과목을 택한 문과생들과 수능에서 사회탐구시험을 치르지 않는 이과생을 비롯해 공고 등 특성화고 학생들은 고2 때부터는 아예 윤리 수업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윤리, 도덕 과목 축소가 갖가지 병폐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군 총기난사 사건이나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 등이 학교에서의 부실한 인성교육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사회 교사는 “윤리, 도덕 수업 안 받는다고 인성이 나빠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바람직한 인간성을 길러줄 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도 배울 기회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입시논리에 밀려 도덕, 윤리 교육이 등한시될수록 본인의 내면적 성찰이나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규범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리 검증 없는 법조인 시험
학교에서의 부실한 윤리교육은 직업윤리의 부재로 이어진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누가 세월호의 선장 또는 선원이었어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냉소적 분석까지 나왔다. 선원들의 인간성 문제보다 선장과 선원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전문직 가운데 가장 엄격한 도덕 수준을 요구받는 법조인을 뽑는 사법시험에서도 윤리 검증은 등한시되고 있다. 현행 사법시험은 총 3단계로 2차 합격자들은 3차 면접을 통과해야 하지만 면접은 사실상 요식절차다. 법조인으로서 인성을 평가하는 시험이지만 낙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해마다 극소수의 심층면접 대상자가 사법연수원 입학을 못 하지만 이듬해에는 모두 들어가는 게 관행이다.
사법시험의 대안으로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전형 과정도 비슷하다.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으로 1차 합격자를 선발하는 로스쿨 전형 과정에도 법조인의 직업윤리 등은 다뤄지지 않는다. 졸업 전에 변호사시험을 보려면 직업윤리를 검증하는 ‘법조윤리’ 시험을 봐야 하지만 통과 여부만 따지기 때문에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전북대 로스쿨 1학년인 이모씨는 “법조윤리 과목이 있긴 하지만 그냥 시험용으로 1주일 정도 공부하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나 끊임없이 터지는 법조비리는 결국 국가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윤리교육 강화 목소리 높아져
정부와 학교는 뒤늦게나마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이 공동 개발한 인성교육 인증프로그램 활용 희망기관 81곳을 선정해 체계적인 인성교육을 하기로 했다. 대학부설 영어교육기관인 서강SLP에서는 사회적 배려 등을 주제로 영어 토론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우선 듣고 경청하는 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작년 7월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현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승객 탈출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들도 위급 상황에서 직업윤리를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에 불시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수습 과정이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항공기 승무원들의 일사불란한 구조활동 덕분에 탑승객 307명 중 사망자는 3명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객실 승무원들은 승객 구출에 대해 매년 정기심사를 받고 한 가지 과정이라도 탈락할 경우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2회에 걸친 재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퇴사 처리를 당하기까지 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무원들은 비상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승객의 생명이라는 점을 철저한 교육과 엄격한 평가를 통해 깊이 새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4’는 무너진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윤리교육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오는 11월6일 A트랙 4세션에서는 ‘사회통합과 신뢰를 위한 직업윤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세션 토론자로 참여하는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이 직업윤리 부재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부터 책임지는 자세, 타인을 생각하는 자세를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경쟁에만 매몰돼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서로 믿거나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찾기는 어렵다”며 “학교에서부터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인성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여부를 모든 식품에 표기하도록 하는 'GMO 완전표시제'가 다시 발의되면서 9일 식품업계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가 GMO 식품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부추기고, 식품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GMO 식품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의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식품에 GMO 식품임을 입증하는 표시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만 이를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GMO를 원재료로 이용했다면 이를 모두 표시하도록 한다. 13년간 논의해온 해묵은 논란이다. GMO 식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와 식품업계 반발 등에 부딪혀 진전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단계적 도입안'을 내놓은 게 과거 법안과 다른점이다. 간장, 대두유, 물엿 등 주요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GMO 표시를 하도록 했다. 식풉업계는 GMO 식품에 대한 우려는 음모론에 가깝다고 반발한다. 2016년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 107명이 GMO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는 점 등이 주요 반박 근거다. 관련 제품 가격 인상만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바이오경제학회 시나리오 연구에 따르면 식용유지류 생산비는 최대 6.9%, 장류 생산비는 7.3%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올리브유 등의 사용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식용류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한국 배터리업계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 CATL은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이른바 ‘8·9·6 근무제도’(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고강도 노동을 상징하는 ‘9·9·6 근무제’를 능가한다. 과로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CATL을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란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한국 배터리업계가 2차전지 R&D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근로제 예외)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처럼 배터리업계도 경쟁국과 같이 R&D 근무 제한을 줄여야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국회는 반도체 분야 화이트 이그젬션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여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주 40시간 제도에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시행하고 있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 이상 받는 사무직 근로자가 대상이다. 초과근무시간 수당(시간당 임금의 1.5배) 없이 추후 업무 성과를 토대로 급여를 지급한다. 적용 대상에는 연구직뿐 아니라 관리직과 행정직도 포함된다. 중국은 주 52시간제 같은 법적 제한이 없다. 첨단 산업 분야는 주당 72시간을 일하는 996제도가 정착됐다.배터리업계에선 한국도 연구직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급변하는 배터리업계에선 스피드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CATL 핵심 연구진은 필요에 따라 주당 70~80시간을 일하는데, 한국만 손발이 묶여선 더 좋은 제품을 더 빨리 출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CATL과
‘-8416억원 vs 4043억원.’지난해 4분기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영업적자와 일본 파나소닉의 영업이익을 비교한 수치다. 확장에 ‘올인’한 한국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과 함께 기록적인 적자를 낸 반면 일본 파나소닉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공격적 시설 확장 계획을 내놓은 한국 업체들이 수년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22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온은 4분기에 3594억원, 삼성SDI는 2567억원의 적자를 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동시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온의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는 1조1270억원에 달했다.반면 일본 1위 파나소닉은 지난해 4분기 4043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세계 1위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외에는 고객군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으며 내실화를 다진 전략이 전기차 캐즘 시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이 수요 부진으로 시설 확장 계획을 미루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요즘 뜨고 있는 ESS 분야에서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차이를 보였다. 미국에선 태양광 발전 설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여기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ESS 시장에 일찌감치 힘을 준 끝에 ESS 매출 비중을 35%까지 늘렸다. 10%대 안팎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보다 높다. SK온의 ESS 실적은 미미하다.중국 CATL도 지난해 4분기 3조원대 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