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가 러시아에서 국경을 넘어온 탱크 행렬과 교전을 벌였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25일 밝혔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며 오히려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2차 구호물자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리센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새벽 러시아에서 탱크 10대와 장갑차 2대, 트럭 2대가 남동부 도네츠크주 노보아조프스크 지역의 국경을 넘어와 도시에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탱크 등이 러시아군 장비들이며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의 깃발을 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탱크 등은 정부군 통제 하에 있는 마리우폴로 향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에서 장갑차 수십 대가 국경을 넘어 남부지역에 진입해 국경수비대와 교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자국 탱크 및 장갑차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범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또다시 구호물자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주 구호물자 지원을 강행해 우크라이나 측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러시아 구호물품 수송차량 227대가 구호 물품을 전달한 뒤 서둘러 복귀해 무력 충돌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은 독립기념일인 지난 24일 각각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수도 키예프 독립광장에서 1500여명의 군인과 탱크 중화기 등 50여대의 군사장비를 동원해 군사퍼레이드를 벌였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한동안 군사적 위협 속에서 살 것”이라며 “조국의 독립 수호를 위해 나설 준비가 항상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3년간 국방비 400억흐리브냐(약 3조8000억원)를 투입해 전투기와 군함 등 무기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국방예산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군도 이에 맞서 독자적인 기념행사를 열었다. 반군은 동부 도네츠크 시내에서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군 포로 40~50명을 앞세워 행진했다. 시민은 포로들을 향해 “파시스트들!”이라고 외쳤고, 쓰레기나 빈 병을 던지며 조롱하기도 했다.

포로셴코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26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회담을 연다. 29일엔 유럽 외무장관 회의도 예정돼 있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번주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