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미리보는 인재포럼] 인성교육에 웃음 찾은 아이들…"세계와 소통하는 법도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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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포럼 2014 11월4~6일
(3) 인성교육의 힘
삼성초교의 '작은 실험'
책 읽어주고 감정 치유
폭력 줄고 정신건강 좋아져
인재포럼 '글로벌 시민교육'
다문화·탈북학생 포용 넘어
평화·인권 등 글로벌교육 논의
(3) 인성교육의 힘
삼성초교의 '작은 실험'
책 읽어주고 감정 치유
폭력 줄고 정신건강 좋아져
인재포럼 '글로벌 시민교육'
다문화·탈북학생 포용 넘어
평화·인권 등 글로벌교육 논의
“아이들과 처음 악수할 때 80%는 눈을 마주치지 않더군요. 지금은 제가 지나가면 하이파이브(손뼉 마주치기)를 해요. 소통하고 있다는 증거죠.”
서울 대학동에 있는 삼성초등학교의 심금순 교장은 “부임한 지 1년 만에 학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서울시에서 유난히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우범지역인 데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아 1년 전만 해도 공부하기에 적합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성 교육이 소통의 첫걸음
지난해 3월 부임한 심 교장은 교사들과 학교 환경부터 개선했다. 흙먼지와 폐품이 쌓인 중앙 주차장 부지를 갈아엎어 텃밭과 실개천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쌈채소를 나눠 먹는 등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함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등·하교길에는 영어 동화 속 중요 격언을 걸개그림에 담아 항상 볼 수 있도록 했고 계단마다 영어 속담을 붙여 놓는 등 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인성 변화를 유도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 전문 부장을 뽑아 전 교과에 인성 교육을 녹이는 작업도 시작했다. ‘아나바다(아름다운 인성, 나누는 인성, 바른 인성, 다름을 인정하는 인성)’ 인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해외 아동심리 상담용 설문지를 갖다 교육하기도 했다. 교사들이 업무가 두 배로 늘자 반기를 들기도 했지만 심 교장은 설득 대신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거나 진로교육을 했고 외부 전문기관 유치에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웃기 시작했고 교사들도 “더 이상 대충 생각해선 안 되겠다”며 마음을 바꿔 먹었다. 교실마다 학년별 감정 출석표를 만들어 학생 개개인의 감정을 지도교사가 미리 체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교사들 스스로 찾아낸 아이디어였다.
1년여 만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13년 9.6%였던 학교폭력 피해 응답 비율이 지난 3월 조사에서는 5.4%로 크게 줄었다.
◆병원과 연계한 심리치료
아나바다 인성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국립서울병원과 맺은 ‘학생정신건강증진사업 협약(MOU)’도 한몫했다. 고위험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 심리검사는 병원과 똑같이 진행했고 결과도 부모와 병원만 공유했다. 학내에서 낙인 찍히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진단 이후 병원 측은 ‘희망품 교실’이란 프로그램으로 병원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아이들 자치 활동에 참여시켜 역할극과 토론을 통해 배려심 키우기, 학교폭력 예방, 친구 사귀기 등을 지도했다.
결과는 수치로 드러났다. 국립서울병원이 이 학교 3학년,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친사회성 척도 점수가 프로그램 시작 전 77.7점에서 최근 82.9점으로 높아졌다. 우울증 증상을 알아보기 위한 일반정신건강척도(GHQ) 역시 4.8점에서 3.7점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다문화·탈북 학생 멘토링
다문화 가정 학생과 탈북 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려는 각급 학교의 노력도 결실을 보고 있다. 서울 거여동에 있는 거원중은 탈북 학생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담임 교사가 학생들과 뮤지컬등을 함께 관람하는 등 낯설어하는 아이들을 보듬었다. 서울 가양동의 경서중은 북한에서 교사로 활동하다 탈북한 최옥 씨를 전담교사로 채용해 22명의 탈북 학생에게 진로진학 지도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공부방을 운영했다. 최 교사는 “북한은 직업이 다양하지 않아 진로지도가 거의 없는데 탈북 학생들의 진로설계와 학습을 도와줘 일반 학생도 진학하기 힘든 한성과학고 명덕외고 한국축산고(마이스터고) 등 특목고 진학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학생을 위해서는 전국 180개 학교가 중점학교로 지정돼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 봉일천고는 일반 학생들이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감상하고 포스터를 그리는 등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을 위해서는 일반 학생이 멘토로 국내 적응을 돕도록 학습센터를 운영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다문화 학생과 차별없이 어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차이나 문화적 차이가 지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 통합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인재포럼은 11월6일 ‘상호 이해와 협력을 위한 글로벌 시민교육’세션을 통해 우리 사회의 통합을 넘어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평화, 인권, 문화 다양성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을 추구하는 세계 시민교육을 통해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다.
세션 토론자로 참가하는 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 원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민교육을 통해 국내 통합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 를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은정진/정태웅 기자 sliver@hankyung.com
서울 대학동에 있는 삼성초등학교의 심금순 교장은 “부임한 지 1년 만에 학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서울시에서 유난히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우범지역인 데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아 1년 전만 해도 공부하기에 적합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성 교육이 소통의 첫걸음
지난해 3월 부임한 심 교장은 교사들과 학교 환경부터 개선했다. 흙먼지와 폐품이 쌓인 중앙 주차장 부지를 갈아엎어 텃밭과 실개천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쌈채소를 나눠 먹는 등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함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등·하교길에는 영어 동화 속 중요 격언을 걸개그림에 담아 항상 볼 수 있도록 했고 계단마다 영어 속담을 붙여 놓는 등 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인성 변화를 유도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 전문 부장을 뽑아 전 교과에 인성 교육을 녹이는 작업도 시작했다. ‘아나바다(아름다운 인성, 나누는 인성, 바른 인성, 다름을 인정하는 인성)’ 인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해외 아동심리 상담용 설문지를 갖다 교육하기도 했다. 교사들이 업무가 두 배로 늘자 반기를 들기도 했지만 심 교장은 설득 대신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거나 진로교육을 했고 외부 전문기관 유치에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웃기 시작했고 교사들도 “더 이상 대충 생각해선 안 되겠다”며 마음을 바꿔 먹었다. 교실마다 학년별 감정 출석표를 만들어 학생 개개인의 감정을 지도교사가 미리 체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교사들 스스로 찾아낸 아이디어였다.
1년여 만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13년 9.6%였던 학교폭력 피해 응답 비율이 지난 3월 조사에서는 5.4%로 크게 줄었다.
◆병원과 연계한 심리치료
아나바다 인성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국립서울병원과 맺은 ‘학생정신건강증진사업 협약(MOU)’도 한몫했다. 고위험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 심리검사는 병원과 똑같이 진행했고 결과도 부모와 병원만 공유했다. 학내에서 낙인 찍히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진단 이후 병원 측은 ‘희망품 교실’이란 프로그램으로 병원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아이들 자치 활동에 참여시켜 역할극과 토론을 통해 배려심 키우기, 학교폭력 예방, 친구 사귀기 등을 지도했다.
결과는 수치로 드러났다. 국립서울병원이 이 학교 3학년,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친사회성 척도 점수가 프로그램 시작 전 77.7점에서 최근 82.9점으로 높아졌다. 우울증 증상을 알아보기 위한 일반정신건강척도(GHQ) 역시 4.8점에서 3.7점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다문화·탈북 학생 멘토링
다문화 가정 학생과 탈북 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려는 각급 학교의 노력도 결실을 보고 있다. 서울 거여동에 있는 거원중은 탈북 학생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담임 교사가 학생들과 뮤지컬등을 함께 관람하는 등 낯설어하는 아이들을 보듬었다. 서울 가양동의 경서중은 북한에서 교사로 활동하다 탈북한 최옥 씨를 전담교사로 채용해 22명의 탈북 학생에게 진로진학 지도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공부방을 운영했다. 최 교사는 “북한은 직업이 다양하지 않아 진로지도가 거의 없는데 탈북 학생들의 진로설계와 학습을 도와줘 일반 학생도 진학하기 힘든 한성과학고 명덕외고 한국축산고(마이스터고) 등 특목고 진학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학생을 위해서는 전국 180개 학교가 중점학교로 지정돼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 봉일천고는 일반 학생들이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감상하고 포스터를 그리는 등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을 위해서는 일반 학생이 멘토로 국내 적응을 돕도록 학습센터를 운영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다문화 학생과 차별없이 어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차이나 문화적 차이가 지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 통합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인재포럼은 11월6일 ‘상호 이해와 협력을 위한 글로벌 시민교육’세션을 통해 우리 사회의 통합을 넘어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평화, 인권, 문화 다양성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을 추구하는 세계 시민교육을 통해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다.
세션 토론자로 참가하는 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 원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민교육을 통해 국내 통합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 를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은정진/정태웅 기자 sli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