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S 소탕"…시리아 거점 공습 초읽기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임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시리아에 대한 정찰비행을 허용하면서 이슬람 수니파 반군단체 ‘이슬람 국가(IS)’의 시리아 거점에 대한 공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 국방부는 드론(무인기)과 U2 정찰기를 시리아 상공으로 급파했다. 이달 초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시작할 때 공화당 등 정치권이 시리아까지 공습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했다. 자칫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IS가 시리아에서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데 이어 또 다른 미국인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자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었다.

◆정찰비행 후 공습 단행할 듯

뉴욕타임스(NYT)는 26일 미 국방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주말 시리아에 대한 정찰비행을 허가했다며 “정찰비행은 시리아에서 군사행동을 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중부사령부가 IS 근거지에 대한 정밀타격 등을 위해 유럽 및 아프리카에 배치된 드론을 중동지역에 집중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에 돌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시리아 공습 여부를 놓고 대책을 논의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을 명령할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찰비행이 끝나면 공습을 승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IS가 미 본토나 유럽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IS에 대한 군사대응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권고할 것이며 대통령도 그렇게 대응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 기자 참수 사건 후 IS를 ‘암 덩어리’에 비유하며 격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리아 내전 국면 전환하나

NYT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3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에 판도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0년 이상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바르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내전 책임 등을 이유로 물러나라고 압박해왔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아사드 정권과 싸우고 있는 온건 반군단체 ‘자유 시리아군’ 등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정부는 극단주의 세력에 대항하는 데 협력할 준비가 돼 있지만 반군에 대한 공격은 시리아 정부와 공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공습은 침략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과 협력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공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서다.

벤저민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적(敵)의 적이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이 아사드 정권과 협력하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수니파를 영원히 격리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시리아는 소수 종파인 시아파 정권이 다수의 수니파를 40여년간 통치하고 있다. 종파분쟁이 내전으로 번져 3년간 19만명 이상 사망했다. IS의 주 근거지가 시리아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시리아 공습이 아사드 정권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온건 반군세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중동지역의 해묵은 종파분쟁, 즉 수니파와 시아파 간 싸움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돼 중동사태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