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문광자의 무명으로 만든 옷(MOOMYUNG II, 이하 무명2)`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썩 반가울 책이다.



10년 전 출판된 `무명-디자이너 문광자의 무명으로 만든 옷`의 두 번째 책이기 때문이다. 무명이란 이 땅에서 자라 실이 되고 천이 된, 우리 여인네들의 손에서 태어난 소재를 말한다. `백의민족`이란 표현에 등장하는 옷감이 바로 무명이니 그야말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동시에 `소박한 서민의 옷`으로만 기억되며 역사 속에 사라져가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무명`이라는 책 두 권에는 이러한 무명이 문광자라는 한 디자이너를 만나 다시 세상의 조명을 받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목화씨를 이 나라에 가져온 문익점의 후손이기도 한 67세의 디자이너 문광자는 무명에 대한 애착과 함께 47년간 브랜드 `드맹`을 이끌고 있다.



첫 번째 작품집에는 디자이너가 무명을 만난 후 15년에 걸쳐 만든 500여점의 무명옷 중, 소장하고 있던 일부를 소개했다. 작품들이 더 흩어지고 그 빛이 바래기 전에 그 아름다움을 담아두고자 했던 시도였다. 문 디자이너는 "무명은 옷의 소재로서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었지만, 또한 동시에 무한한 매력을 가진 소재"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구도자와 같은 자세로 이를 부단히 연구하고 그 한계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극복해나감으로써 무명에 맞는, 무명의 장점을 살릴 디자인과 디테일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무명옷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트 웨어로서 패션쇼 무대와 국내외 전시에서 호평받았다. 디자이너 문광자의 두 번째 작품집이 될 `무명 2`는 그 이후 10년의 기록을 담고 있다. 디자이너는 무명 이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무명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소재다. 문 디자이너는 "무명은 그 자체만으로도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며 "무명의 담백하면서도 기품있는 모습은 바로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었고,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은 아름다움의 핵심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된 무명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2012년 가을 ‘The Heritage’란 이름의 컬렉션으로 세상에 발표됐다.



초기의 작품들이 `무명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찾아내는 작업이었다면, `무명 2`는 `무명의 확장`을 그린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이른바 `원형질`로 돌아갔다. 그 옛날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재킷을 하얀 무명으로 만들었다. 시간이 흘렀으나 손색이 없었다. 다음엔 원피스, 팬츠 슈트, 롱 재킷을 만들고, 천연 염색 원단 대신 하얀 무명에 색실로 수를 놓았다.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한 이 작업에 대해 문 디자이너는 "더없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옷은 일상의 모습들을 담아낼 수 있도록 젊고 모던해졌지만 아트웨어의 터치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수십 년간 전세계 시장을 뒤지며 열정적으로 모아 간직하고 있던 빈티지 레이스, 장식 단추, 비즈, 도일리, 십자수 같은 소재는 쿠튀르적 디테일을 위한 훌륭한 조연이 되어 주었다.



디자이너는 무명이 박물관이 아닌, 우리의 삶 속에서 오래도록 그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전시와 패션쇼를 하고 작품집을 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문 디자이너는 "후대를 위해 성실히 작업을 기록하고 전수하는 것 또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디자이너 문광자를 만난 무명은 더 이상 그 옛날 서민의 의상이 아니라 이 시대 가장 빛나는 아트웨어이자 오트쿠튀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10년 만의 작품집 `무명2`는 그러한 확신을 담고 있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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