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은 저개발국 모두가 배워야 할 보편적인 모범 사례입니다.”

영남대에서 열리는 ‘2014 글로벌새마을포럼’ 참가차 방한한 장 피에르 드 마제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르완다사무소장(사진)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렇게 말했다. WFP는 기아 퇴치를 목적으로 활동하며 세계 92개국에 사무소를 둔 세계 최대 인도주의 기구 중 하나다.

드 마제리 소장은 “내전으로 황폐화돼 가난에 허덕이던 르완다가 ‘새마을 제로 헝거 커뮤니티’ 프로젝트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4년 전 이 프로젝트가 르완다의 한 지역(야마가베)에서 시행된 이후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바뀌었다. 고구마 등 작물을 재배해 바로 먹어치우지 않고 저장해뒀다가 팔아 돈을 버는 ‘경제관념’이 비로소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야마가베 외 3개 지역으로 이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국내 단체의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매우 성공적이다. 노동을 통해 소득을 올려 자립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게 2017년까지 2단계 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했다.

캐나다인인 드 마제리 소장은 유엔이 각국 외교부를 통해 운영하는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출신이다. 1993년 WFP 르완다사무소 JPO를 시작으로 동티모르·네팔·캄보디아·북한 등 WFP 사무소에서 일했다. 지난해 8월부터 WFP 르완다사무소장을 맡고 있다.

‘초보 민간외교관’에서 20년 만에 르완다 책임자로 돌아온 소회에 대해 드 마제리 소장은 “20년 전은 내전으로 대량학살이 일어나던 때였는데 현재는 많이 바뀌었다”며 “자체적인 부패 정화 시스템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무엇보다 자립심과 발전 의지가 강하다. 새마을운동의 성과가 크다”고 했다. 그는 2009년 WFP 캄보디아사무소장을 지내며 LG전자가 후원했던 ‘희망마을’ 사업을 통해 새마을운동에 대해 처음 알았다고 했다.

드 마제리 소장은 2006년 6월부터 2년 반 동안 WFP 북한사무소장을 지냈다. 북한 주재 경험에 대해 “시간이 1950년대에 멈춘 것 같은 나라”라며 “경이로운 서울, 남한과 같은 역사를 공유했던 나라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WFP가 인도주의적 단체로서 외부로부터의 북한 접근성을 유례없이 높였다고 평가했다. 또 “WFP는 북한을 세계에 보여주는 창”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국제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끼도록 한 게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드 마제리 소장은 지난 25일에는 KOICA 주최 ‘지구촌 새마을 고위급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참가해 각국 관계자들과 새마을운동 노하우를 공유하고 토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언급하자 그는 “올 4월 르완다에서 만났다. 매우 높은 자리인데 그렇게 소탈하고 친근할 수가 없다”며 “모든 사안을 경청하고 스마트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내 최고위 상사이기도 한 그에게 나는 직보(直報) 수단이 없는데, 그는 상관없이 하라고 했다”며 “참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