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택 가격폭등기 규제부터 폐지해야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가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주춤하던 주택거래가 다시 살아나면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 회복세는 국지적이며 신규 공급물량이 늘면 다시 꺾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아직 주택경기 회복을 확신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추가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주택시장 회복에 정책의 힘을 빌리려는 타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규제 정상화 방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발단이기도 하다. 추가대책을 준비하고 바라는 정부와 시장에 세 가지 질문과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경기 회복 수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구조적 전환기를 거치면서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 수준을 과거 가격 폭등기나 고도 성장기 수준에 맞춰서도 안 되고 맞출 수도 없다. 사람의 몸도 나이가 들수록 대사가 느려지고 병이나 상처의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 경제라고 다를 리 없다. 규제 완화 직후 심리가 호전돼 일시적으로 회복세가 커질 수 있다.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가격과 같이 회복세가 더딜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정책의 실패나 시장 탓이 아니다. 저성장 시대의 경기 회복이란 이처럼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나 시장 모두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눈높이 조절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둘째, 추가적인 대책이나 규제완화가 필요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목적이 경기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규제완화는 대부분 시장상황이 정상적일 때보다는 침체상황일 때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단행된다. 그래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규제완화 중심으로 이뤄진다. 반면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규제완화들은 늘 효과와 시급성 측면에서 외면당하고 만다. 지금 한국 부동산시장은 저성장 시대 도래와 구조적 변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해묵은 중장기적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절호의 기회다. 말로는 부동산 가격의 대세 상승기는 끝났다고 하면서 모든 제도와 법률은 가격 폭등기의 규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보유보다 임차를 선호하고, 이런 추세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하면서 정작 임대주택에 대한 제도적 기반은 미약하다. 인구와 주택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재정비 정책은 과거 경기 의존적 습성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대안이라고 제시된 리모델링사업은 단지 재건축을 대체하는 수준이며 마을 만들기 역시 진정한 주택의 수명이나 성능 향상의 해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먼저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전에 과거 가격 폭등기에 만들어진 규제를 정리하고 폐기해야 한다. 1가구 1주택 소유 정책 등 주택 소유 수에 따른 차별 정책도 이제는 주택 수와 상관없이 거주용 주택인지 투자용 주택인지를 구별하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주택 구매 대기자들을 줄 세웠던 청약제도는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 임대주택에 대한 투자시장을 인정하는 금융이나 조세지원도 필요하다. 세입자 권리를 확대함과 동시에 임대인의 권리 보호도 필요하다. 노후주택 문제는 이제 안전의 문제이며 탄소배출 등 에너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택경기의 시각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전체 차원에서 지원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진정 일시적인 경기 회복이 아닌 근원적인 시장 정상화를 원한다면 시급성에 밀려 외면해 왔던 정책과제들을 하나씩 꺼내 대청소를 하자. 그리고 정말 필요한 정책들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hakim@cerik.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