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 씨의 ‘Surface `n beyond’
신상호 씨의 ‘Surface `n beyond’
“서울 청계천과 영국, 아프리카의 뒷골목을 다니며 미술 작품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물건을 수집했습니다. 폐기해야 할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 역시 작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27일 서울 사간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도예가 신상호 씨(67)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 도자에 대한 현대적 해석에서 시작해 흙으로 만든 조각과 회화에 이르기까지 도자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지속해온 그는 29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설치전 ‘사물의 추이(推移)’를 연다.

드럼통 뚜껑, 무기 성능 시험용 철판, 낡은 걸상, 거울 등 신씨가 30여년간 수집한 다양한 오브제들이 작품 재료로 쓰였다.

그는 “철공소의 낡은 작업대에 패인 홈은 작업자의 오랜 일상과 노동을 기록한 것이고, 그것이 골동 매물로 나와 내 눈 안에 들어온 데는 그 지역의 철공산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산업적 배경이 있다”며 “물건에 깃든 개인의 역사와 사건, 산업 시대 등 큰 범위의 역사를 소유하게 되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3층의 전시 작품은 좀 더 직접적으로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사회 변화와 다양성, 문화의 전방에 있어야 하는 게 예술”이라며 “예술가는 사회에 무심하고 사회는 예술가에게 사회에 무심하게 살 것을 요구하는 이런 관계가 아쉽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압축 성장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인데 예술가들이 사회의 잘못된 점에 대해 논의를 끌어낼 수 있다면 관객의 공감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02)720-5114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