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선물시장도 확 바꾼다…"제2의 '한맥증권 사태' 없게"
내달 1일부터 국내 증시 제도가 '확' 바뀐다. 지난 6월 이후 잇단 현물시장 제도 개선에 이어 이번엔 선물시장이 손질 대상이다.

옵션 주문실수로 막대한 손실을 낸 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한맥증권 사태'가 선물시장 제도 개선 중심에 서 있다. 일명 '착오 거래' 구제 여부가 핵심이다.

◆ '실시간 가격제한 폭 도입' '착오 거래 구제 제도 강화' 등 안정성 최우선

28일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내놓은 '파생상품시장발전방안(6월)'을 위해 가장 먼저 실시간 가격제한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대량으로 시장가 매수 주문을 내더라도 체결 가격이 '직전 체결 가격+가격변동 폭'을 넘어서면 나머지 물량은 미체결, 이후 지정가 주문으로 바뀌게 유도한다.

여기서 가격변동 폭은 현물과 달리 '전일 종가의 일정 율'로 고전된다. 현물쪽은 주가가 오르면 가격변동 폭도 넓어지지만, 선물쪽은 전혀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거래소에 따르면 적용상품은 코스피200선물, 코스피200옵션, 주식선물(이마트선물은 제외), 3년국채선물, 10년구채선물, 미국달러선물, 유로선물, 엔선물 등 8개 상품이다.

'한맥증권 사태'로 인한 착오 거래 구제 제도도 대폭 손질된다.

과거에는 착오 거래자와 상대방이 협의해야 했는데 내달 1일부터 착오 거래 구제 신청이 접수되고, 일정 요건이 충족된다면 거래소가 직권으로 착오 거래의 일정 부분을 구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엔 상대방이 반대 매매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거래소는 조언했다.

거래소는 다만 "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구제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계좌별 상품별 손실액이 100억 원 이상이 되는 등 구제요건을 충족하고 시장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결제를 위해 구제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착오 거래 구제제한 범위는 주가지수선물(직전 약정가 3%), 3년국채선물(0.5%), 10년국채선물(0.9%), 미국달러선물(1.5%), 주가지수옵션(직전 기초자산가격이 3% 변동하는 경우의 이론가격) 등이다. 이는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별표24)을 참조하면 된다.

거래소는 "이미 접수된 주문이더라도 실시간 가격제한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투자자에게 불리한 가격이라고 판단돼 취소될 수 있다"며 "착오거래 등으로 시황과 괴리된 실시간 가격제한 범위가 설정되면 정상적인 거래가 제약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협의대량거래 제도' '장기 결제월물 도입' 등 투기수요 경고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협의대량거래는 지금까지 통화선물, 3년 국채선물 및 K200지수옵션 야간시장(장 개시전)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론 K200지수선물 및 옵션(정규 시장)과 미니 금 선물에 대해서도 협의대량거래가 허용된다.

신청 수량은 K200지수선물의 경우 최소 100계약에서 최대 5000계약이며, 지수옵션은 최소 100계약에서 최대 1만계약이다. 기준 가격은 일반적으로 협의 완료 시각 직전 체결 가격이다.

협의대량거래가 활발해진다면 대형 기관들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원하는 물량을 체결시킬 수 있다. 다만 협의대량거래의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불리해질 수도 있다.

KDB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위원은 "높은 가격에 전매 주문을 제시한 개인의 경우, 그간 외국인의 신규 매수 주문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이를 체결시켜줬지만 9월부터 거래량만 늘어나고 체결은 안 될 수 있다"면서 "이처럼 가격 변화가 줄어든다면 투기 수요는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코스피200 선물·옵션 장기 결제월물도 도입, 상장된다.

현재 K200지수 선물은 3, 6, 9, 12월 등 4개 월물이 상장돼 있으며 만기는 모두 1년이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2016년 6월물, 2015년 12월물 및 2016년 12월물 등 3가지가 더 상장될 예정이다. 동시 상장된 월물이 7개로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3월물과 6월물은 현재와 같은 1년 만기인 반면 6월물은 2년 만기, 12월물은 3년 만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6월물은 동시에 2개, 12월물은 동시에 3개까지 공존하게 된다.

◆ 기초자산수 늘리고, 호가가격단위 두배로…내달 15일부터 시행

투자자의 위험관리 수요 충족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선물 기초자산은 기존 25종목에서 60종목으로 확대된다. 이는 장기 결제월을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에 발맞춰 내달 15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주식선물시장의 제도개선은 지난 6월 1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의 내용에 따라 시장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된 것에 부응한 결과라는 게 거래소 내부 평가다.

거래소는 "주식선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의 개선과 동시에 시장조성 제도를 대폭 개선해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식선물 상장예정 60곳은 현대모비스 삼성생명 LG화학 롯데쇼핑 LG SK 삼성중공업 기업은행 삼성SDI 현대건설 롯데케미칼 삼성전기 대우조선해양 고려아연 한국가스공사 GS LG유플러스 현대위아 삼성카드 두산중공업 엔씨소프트 CJ 삼성증권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한국항공우주 호텔신라 하이트진로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주식선물 종목도 정기적으로 변경된다. 거래소는 "매년 7월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기초자산을 추가 상장하고, 선정기준 미달종목은 상장폐지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선물시장의 유동성과 현·선물 연계거래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호가가격단위의 경우 현행 대비 두 배로 확대, 주식시장과 키높이를 맞춘다. 이와 함께 호가의무 강화 장치가 도입되는데 신(新) 시장조성자 제도 도입이 그것이다.

거래소는 "주식선물 종목별로 자생적인 수급기반이 확보될 때까지 시장조성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시장조성자의 주식선물 거래 비중이 비례한 주식선물 수수료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해 제도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시장조성자로 선정된 곳은 대우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6곳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