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구멍 뚫린 방역체계를 우려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에볼라 사태'
유입 경로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취약한 북한과의 협력방안 추진을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joonh@snu.ac.kr >
유입 경로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취약한 북한과의 협력방안 추진을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joonh@snu.ac.kr >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출혈열(EVD)로 인한 사망자 수를 지난 22일 현재 1427명으로 집계했다. 치사율은 90%에 이르는데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가된 백신은 없고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는 게 WHO의 공식 입장이다. 중국으로부터는 공기 전염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와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누구나 떠올리는 의문은 ‘우리는 과연 안전한가’ 하는 것이다. 최초 발병지인 서아프리카를 넘어 미국, 유럽, 베트남, 홍콩 등지로 발병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니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되묻는다. 암 정복도 머지않았다는 요즘 같은 세상에 왜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걸까. 편치는 않지만 설득력 있는 가설은 제약회사들의 복잡한 수지타산과 경영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1976년 최초 발병 당시만 해도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등 저개발 국가 일부에만 국한됐고 다른 지역·대륙으로 급속히 확산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제약회사도 기업이고 보니 인류애를 위한 희생적 모험보다는 백신을 개발한들 접종 대상 인구가 많지 않아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치명적인 희귀질환에 치료약이 없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러니 치사율과 전염성이 높은 병에 걸려야 오히려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약한 역설도 성립한다. 접종 대상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나서지 않는 제약회사의 이윤동기를 비난하지만 실제로 누구를 어떻게 무슨 이유를 들어 비난할지가 마땅치 않다. 정부에는 기댈 수 있을까. 정부는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제약회사들에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을 강요할 수 있을까. 헌법으로부터 가난하고 힘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부조의무를 도출할 수 있다고 해도 극소수(?)에 국한된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을 정부가 스스로 추진하거나 제약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는 데까지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치사율이 높고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유입돼 확산될 우려가 있을 경우라면 의당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국가 본연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 과거 상대적으로 전염성이 떨어지는 희귀질환이었지만 이제 점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중은 아닐까. WHO는 공기감염을 배제하고 있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나 분비물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하지만 정부만의 책임도 아니다. 기업과 국민, 학계가 힘을 합쳐 예방과 확산 방지, 치료제 개발에 매달려도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는 이미 국내나 지역 등 국지적 수준을 넘었다고 봐야 한다. 국경을 넘어, 아니 국경이란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개별 정부에만 맡길 수는 없다.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방역체계 구축이다. 미국의 유명 로스쿨 교수인 리처드 포스너는 2004년 저서 ‘대재앙’에서 전 세계의 공중보건 인프라가 전례 없는 치사율과 전염성을 지닌 질병에 압도당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의 ‘라이베리아인 실종사건’에서도 보았듯이 우리 방역체계에 마음을 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더욱 한심스런 것은 북한의 사정이다. 방역체계가 극히 취약하고 의료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창궐에 떨었던 것이 북한의 경험이다. 북한은 자존심 같은 건 버리고 남측과 협력해 필요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우리도 이번 에볼라 사태를 계기로 방역체계를 정비하고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남북협력 방안을 면밀히 짜서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더 이상 에볼라강 건너 얘기가 아니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joonh@snu.ac.kr >
누구나 떠올리는 의문은 ‘우리는 과연 안전한가’ 하는 것이다. 최초 발병지인 서아프리카를 넘어 미국, 유럽, 베트남, 홍콩 등지로 발병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니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되묻는다. 암 정복도 머지않았다는 요즘 같은 세상에 왜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걸까. 편치는 않지만 설득력 있는 가설은 제약회사들의 복잡한 수지타산과 경영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1976년 최초 발병 당시만 해도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등 저개발 국가 일부에만 국한됐고 다른 지역·대륙으로 급속히 확산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제약회사도 기업이고 보니 인류애를 위한 희생적 모험보다는 백신을 개발한들 접종 대상 인구가 많지 않아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치명적인 희귀질환에 치료약이 없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러니 치사율과 전염성이 높은 병에 걸려야 오히려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약한 역설도 성립한다. 접종 대상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나서지 않는 제약회사의 이윤동기를 비난하지만 실제로 누구를 어떻게 무슨 이유를 들어 비난할지가 마땅치 않다. 정부에는 기댈 수 있을까. 정부는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제약회사들에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을 강요할 수 있을까. 헌법으로부터 가난하고 힘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부조의무를 도출할 수 있다고 해도 극소수(?)에 국한된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을 정부가 스스로 추진하거나 제약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는 데까지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치사율이 높고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유입돼 확산될 우려가 있을 경우라면 의당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국가 본연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 과거 상대적으로 전염성이 떨어지는 희귀질환이었지만 이제 점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중은 아닐까. WHO는 공기감염을 배제하고 있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나 분비물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하지만 정부만의 책임도 아니다. 기업과 국민, 학계가 힘을 합쳐 예방과 확산 방지, 치료제 개발에 매달려도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는 이미 국내나 지역 등 국지적 수준을 넘었다고 봐야 한다. 국경을 넘어, 아니 국경이란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개별 정부에만 맡길 수는 없다.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방역체계 구축이다. 미국의 유명 로스쿨 교수인 리처드 포스너는 2004년 저서 ‘대재앙’에서 전 세계의 공중보건 인프라가 전례 없는 치사율과 전염성을 지닌 질병에 압도당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의 ‘라이베리아인 실종사건’에서도 보았듯이 우리 방역체계에 마음을 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더욱 한심스런 것은 북한의 사정이다. 방역체계가 극히 취약하고 의료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창궐에 떨었던 것이 북한의 경험이다. 북한은 자존심 같은 건 버리고 남측과 협력해 필요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우리도 이번 에볼라 사태를 계기로 방역체계를 정비하고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남북협력 방안을 면밀히 짜서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더 이상 에볼라강 건너 얘기가 아니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joonh@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