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던 빗장이 풀리면서 정부 자금(모태펀드)에 의존했던 영화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알리바바 등 중국 자본뿐만 아니라 교직원공제회가 국내 연기금 중에선 처음으로 영화 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직원공제회, 첫 영화펀드 조성
영화투자업계는 그간 국내 영화산업이 ‘뽑기’나 다름없다고 평한다. 영화 10편에 투자해도 성공률이 30%를 밑돌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동양증권에 따르면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2005년 8%로 반짝 상승한 뒤, 2006~2011년 내리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몇 차례 투자 실패를 경험하자 연기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은 국내 영화시장에서 발을 빼고 말았다.

이후 국내 영화투자는 정부 자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6년부터 작년 7월까지 모태펀드 자금을 받아 결성한 영화·문화 투자조합은 모두 52개로 결성 총액은 1조359억원이다. 이 중 정부 출자분은 4143억원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상업 영화만 놓고 보면 전체의 77%가 모태펀드를 포함한 정부 자금이 투자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작년 6월 한국과 중국 정부가 한·중 합작영화에 한해 상영관 제한 규정에서 제외한다는 가협정을 맺으면서부터다.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방한 때 정식 협정이 체결되면서 국내 영화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만 해도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방한했다.

중국 대형 게임업체 텐센트는 국내 벤처캐피털과 펀드 조성을 위해 협의 중이다. 8조원을 굴리는 중국 사모펀드 인베티스의 양궈핑 회장은 지난달 1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국에서 인기가 검증된 영화,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며 문화 콘텐츠산업을 유망 투자 분야로 꼽았다. 교직원공제회는 연기금으로는 처음으로 300억~600억원 규모의 영화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올 연말께 조성할 영화펀드는 CJ E&M이 제작하는 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한국은 작년 1인당 영화관람편수가 4.1편인데 중국은 0.5편에 지나지 않아 성장잠재력이 큰 중국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2000억원 규모의 ‘한·중 문화콘텐츠 공동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박동휘/오동혁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