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여자대학의 위기가 현실화 됐다. 29일 발표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하위 15%)에 잠정 지정된 4년제대는 전국 20여 곳. 이 중 3곳이 여대였다.

이날 교육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4년제대 9곳과 전문대 10곳 등 모두 19곳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대학들은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잠정 지정된 대학이 일정 기준 이상의 추가 정원감축 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심의해 제한대학 지정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일차적으로 하위 15%에 포함됐던 대학이라 해도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추가로 정원을 줄일 경우 명단에서 뺐다는 의미다.

이 ‘잠정 지정 명단’에 든 4년제대는 20여 개였으며, 최종 명단에 든 덕성여대를 비롯해 서울 소재 2개 여대가 추가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전국 4년제 여대 7곳 중 절반 가까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 셈이다. 전체 대학의 하위 15%를 가려내는 평균치에 비춰보면 여대 비율이 유독 높은 편이다.

4년제대를 평가하는 8개 지표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재학생 충원율(22.5%)과 취업률(15%)에서 여대가 부족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대는 남녀공학에 비해 이공계 비중이 낮고 인문계·예술계 비중이 높아 취업률에서 불리하다. 여기에 최근 수험생들의 여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추세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취업률 열세를 면치 못하고 남녀공학에 비해 학생 유치에서도 밀리면서 결국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 최경희 이화여대 신임 총장은 지난 27일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평가 지표가 여대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여대에 대한 수험생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대 관계자는 “현행 대학평가 방식은 여대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라며 “상대적으로 여건이 안 좋은 지방대의 경우 일정 비율의 쿼터를 둬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지방대 쏠림을 막는 등 조치를 했지만, 여대에게는 이런 배려도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덕성여대는 이 평가를 담당하는 대학구조개혁위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홍승용 총장을 지난해 선임했지만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을 막지는 못했다. 학교 관계자는 “덕성여대는 서울 소재 6개 여대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아 더 이상 정원을 줄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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