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韓電부지 인수전 스타트…삼성 - 현대車 '자존심 대결'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한전은 29일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7만9342㎡에 대한 입찰을 다음달 17일까지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가격을 가장 높게 써내는 개인이나 기업, 컨소시엄에 낙찰된다. 한전은 감정가로 3조3346억원을 제시했다. 장부가 2조73억원보다 50%나 더 높은 금액이다.

유력한 후보로는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꼽힌다. 삼성은 입찰에 집중하는 ‘정중동(靜中動)’ 전략을, 현대차는 활용계획 등을 발빠르게 내놓고 여론을 끌어내는 ‘정공법’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서울시에 내는 기부채납(40%)을 합하면 4조5000억~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게 돼 다소 부담스럽지만 반드시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이미 부지활용 방안을 마련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해 50여개 계열사를 입주시키고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전 그룹 계열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인수팀은 2011년 현대건설 인수의 주역들을 중심으로 짰다.

삼성은 ‘정중동’ 전략이다. 입찰가로 승패가 갈리는 만큼 섣부른 여론전은 입찰 경쟁 가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함께 입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인수를 추진 중인 국내 최대 설계업체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을 통해 사업 타당성 검토작업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한전 부지를 문화·예술공간과 전시장 등 문화와 전시사업 용도뿐 아니라 오피스 공간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전도 검토 중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한전 부지 일대는 마이스 사업과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며 “문화 예술 전시사업 등에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삼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전은 외국 법인이나 외국인의 단독 참여를 제한했다. 한국 법인이나 한국인이 대표 응찰자인 컨소시엄에 지분율 50% 미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뤼디그룹(綠地集團)과 세계적 카지노그룹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프랑스의 대형 건설업체 브이그 등도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진/박영태/심성미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