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개회(9월1일)를 사흘 앞두고 정홍원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했다. 형식은 대국민 담화문이었지만 다급한 법안들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읍소다. 경제장관들이 경제·민생법안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정부가 신속 처리를 요청한 법안에는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유병언법) 같은 것도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소요되는 6000억원의 비용을 청해진해운과 유씨 일가에 책임 지울 수 있는 법이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의 서민 40만명에게 7가지 기초생활급여를 지원할 국민기초생활보장법도 들어 있다. 지난 2월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막자는 취지의 법이다. 정부의 판단에 오류는 없는지, 다른 법률들과 충돌은 없는지, 추가 소요 예산은 얼마인지 상임위별로 정밀하게 검토할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투쟁 나흘째인 어제까지도 어정쩡한 입장으로 거리의 정치노점 투쟁 좌판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 개회식에는 참석하되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단식 릴레이도 이어간다는 식이다. 국회 안팎의 병행이다. 입법은 의원의 특권도, 투쟁 수단도 아니라 의무라는 말도 이젠 입이 아플 지경이다.

의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실 국회 복귀도 큰 의미는 없다.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의정 파업을 거두는 것이라면 투쟁장만 광화문광장에서 의사당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다. 오죽하면 “투쟁만 할 거면 그냥 거리에서 계속하라”는 비판이 나오겠나. 툭하면 내거는 소위 연계투쟁도 그렇다. 대부분 법안은 독립적인 법률들이다. 하나하나 그 자체로 냉철한 판단을 요한다. 끼워 파는 물건들처럼 개수로 흥정할 일이 아니다. 새정련이 이성을 회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