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금싸라기땅인 한전부지 인수전이 사실상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간 2파전으로 좁혀졌다. 각 그룹의 자금 동원력이 이번 인수전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전부지 입찰은 단돈 1원이라도 더 많은 돈을 써내는 곳이 부지를 가져가는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이다.

국내 1, 2위 그룹인 삼성과 현대차는 각각 넉넉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부지를 개발하는 데는 10조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지매입에 성공하더라도 당분간 재무적 부담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31일 부동산개발업계 등에 따르면 축구장 12개를 합친 크기인 한전부지(면적 7만9342㎡)를 개발하는 데는 최소 10조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이 제시한 본사 부지 감정 가격 3조3346억 원과 서울시 기부채납 40%(약 1조3000억 원), 건설비 약 3조 원(3.3㎡당 3만원 기준) 등을 감안하고, 여기에 금융비용과 취·등록세 등 각종 부대 비용 2조 원을 더하면 총 10조 원 안팎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과 현대차가 입찰에 뛰어들 경우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를 그대로 쓸 가능성은 작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입찰가격이 4조∼5조 원대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총 개발비용은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건설부분과 삼성생명 자산운용 인력들로 구성된 비공개 전담조직을 꾸려 그동안 물밑에서 입찰참여 작업을 진행해왔다. 대외적으로는 인수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경영평가기관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현금 보유액은 현재 66조 원으로 현대차그룹(42조8000억 원)을 크게 앞선다. 이 가운데 90%인 59조원 이상을 '캐시카우'인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다.

한전부지 인수에 가장 공격적인 현대차그룹은 기회가 날 때마다 한전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해 계열사를 한데 모으는 한편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서울시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현재 양재동 사옥이 너무 좁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업체 5위 위상에 걸맞은 사옥을 짓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자금 동원력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의 '실탄'이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다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골고루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다.

현대차는 계열사들이 한전부지 신사옥에 들어오는 만큼 계열사별로 자금을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도 최근 멕시코와 중국 등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원고와 엔저라는 환율 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한전부지 개발비용은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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