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씨 한경갤러리 개인전 "나무가 가르쳐준 겸양지덕 화폭에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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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철홍 씨(사진)에게 나무는 건장한 남성의 생애 같다. 태어나서 파릇파릇한 자태를 뽐내고, 커서는 육중한 무게감으로 뭇 사람의 시선을 움켜쥔다. 나무는 이제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늘 겸손하고 언제나 몸을 낮출 줄 아는 여유와 덕을 가지며 살아가라고.
평생 나무와 나뭇잎을 화제로 다뤄 온 김씨가 1~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계명대와 중국미술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주변에 서식하는 올곧은 나무의 기세와 나뭇잎을 세필로 그려왔다. 최근 들어서는 캔버스나 목판에 먹과 아크릴을 사용하며 한국화의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를 세세하게 표현한 근작 20여점을 건다.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깃든 작품들이다. 동양화의 수묵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전시회 주제를 원나라 화가 예찬(倪瓚)의 작품 제목인 ‘우후공림(雨後空林·비온 뒤 빈 숲)’으로 정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실낱처럼 촘촘한 붓놀림이 나무에 무한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듯하다. 근간을 가리는 수식을 제거하고 내면의 힘에 천착한 결과다. 김씨는 “그린다는 것은 회화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로 귀결되는데, 수묵화의 본질을 다룸으로써 생명력을 보다 새롭게 인식해 보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겨울나무 속에는 봄이 담겨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새순이 움트고 푸른 잎들이 무성해져 그늘을 드리울 것을 기대하잖아요. 파릇하고 풍성해지는 생명과의 아름다운 동행자로 나무를 바라봅니다.”
끝없는 욕망과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투영된 겨울나무를 필묵의 따뜻함으로 재현한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겨울의 메마름보다는 넉넉히 내재된 생명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수묵화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무를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리는 것이 나무가 아니라 길이나 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필묵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삶의 본질에서 멀어진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평생 나무와 나뭇잎을 화제로 다뤄 온 김씨가 1~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계명대와 중국미술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주변에 서식하는 올곧은 나무의 기세와 나뭇잎을 세필로 그려왔다. 최근 들어서는 캔버스나 목판에 먹과 아크릴을 사용하며 한국화의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를 세세하게 표현한 근작 20여점을 건다.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깃든 작품들이다. 동양화의 수묵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전시회 주제를 원나라 화가 예찬(倪瓚)의 작품 제목인 ‘우후공림(雨後空林·비온 뒤 빈 숲)’으로 정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실낱처럼 촘촘한 붓놀림이 나무에 무한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듯하다. 근간을 가리는 수식을 제거하고 내면의 힘에 천착한 결과다. 김씨는 “그린다는 것은 회화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로 귀결되는데, 수묵화의 본질을 다룸으로써 생명력을 보다 새롭게 인식해 보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겨울나무 속에는 봄이 담겨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새순이 움트고 푸른 잎들이 무성해져 그늘을 드리울 것을 기대하잖아요. 파릇하고 풍성해지는 생명과의 아름다운 동행자로 나무를 바라봅니다.”
끝없는 욕망과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투영된 겨울나무를 필묵의 따뜻함으로 재현한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겨울의 메마름보다는 넉넉히 내재된 생명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수묵화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무를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리는 것이 나무가 아니라 길이나 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필묵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삶의 본질에서 멀어진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