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하려면 적어도 6%대의 경상성장률은 유지해야 합니다.”(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상성장률 6%’가 최경환 경제팀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와 배당소득세 인하 등 이른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3종 세트’와 규제 완화 및 각종 경제활성화 정책이 모두 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총집결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2012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1%대의 저물가가 경제운용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低물가로 경제심리 더 위축…정부 '경상성장률 6%' 카드 꺼냈다
○성장목표가 바뀐다

정책 당국자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뜻하는 실질성장률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명목 GDP 증가율) 지표를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정책운용 목표로 경상성장률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성장률’을 주로 써왔다.

최 부총리는 지난 28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내수부진과 세수부족 등을 우려하며 “4% 실질성장률과 2% 중반의 물가상승을 더해 경상성장률이 6%는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실질성장률을 3.7%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경상성장률이 6%대가 되려면 물가상승률이 2% 중반은 돼야 한다. 쉬운 목표는 아니다.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7월 기준)에 그친다. 올해 실질성장률 3.7%를 달성할 때 경상성장률은 5.3%(1.6%포인트+3.7%포인트) 정도다.

○저물가는 세수에도 ‘악재’

물론 물가를 단기에, 인위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다. 최경환 부총리가 경상성장률 지표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 저물가가 심각한 내수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다시 2%대로 올려놓으려면 투자 소비 등 총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저물가가 경제심리를 낮추고 이것이 다시 투자와 수요를 부진에 빠지게 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은 물가 당국인 한국은행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한은은 최근 저물가가 수요 위축보다는 원·달러 환율 및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과 같은 공급적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때문에 한국 경제가 저물가의 병리적 현상인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윤면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저물가를 예측한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미루면 디플레가 되는데 아직 이 같은 징후는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 같은 진단에 정색을 하면서까지 반박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과 같은 투자 및 소비 부진이 이어질 경우 경제가 디플레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되풀이 강조한다.

정부가 경상성장률을 강조하는 또 다른 배경은 세수 부족이다. 세금은 물량이 아니라 가격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물가가 낮을수록 세수 확대에 불리하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세수가 3조원 감소한다고 추산한다.

○한국 경제 구조개혁 필요

경상성장률의 부활이 한국 상황만은 아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선진국에선 통화정책 목표로 경상성장률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2010년 즈음부터 나왔다”고 소개했다. 대다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목표를 두는데,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가 계속되자 목표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물가와 성장률을 아우르는 경상성장률을 새 목표로 두면 디플레 위기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완화정책을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경상성장률 6%를 달성하려면 물가만 끌어올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4%대 실질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현재 3%대인 잠재성장률도 끌어올려야 한다”며 “그러려면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와 규제개혁, 저출산 문제 해결 등을 통해 성장동력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