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31일 오후 2시

증권사들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재수’에 나서고 있다. 과거 1호 스팩을 증시에 선보였다가 상장 폐지의 쓴맛을 봤던 증권사들이 올 들어 앞다퉈 2호를 내놓고 있다. 스팩 투자 열기가 뜨거워진 데다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어서다.

동양증권은 지난 29일 4년 만에 신규 스팩을 선보였다. 동양증권이 상장 주관사 및 발기 주주인 밸류오션제2호스팩이 이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앞서 동양증권의 밸류오션제1호스팩은 2010년 3월 증시에 입성했다가 합병기업을 찾지 못해 2012년 10월 상장 폐지됐다.

KDB대우증권도 지난 20일 ‘대우스팩2호’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KDB대우증권은 2010년 3월 국내 1호 스팩인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을 상장시켰지만 2012년 10월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증시 퇴출을 지켜봐야 했다. 스팩이 상장 후 3년 이내에 비(非)상장사와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존속기한 만료 6개월 전까지 합병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재수에 단번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7월 ‘미래에셋2호스팩’을 선보인 지 한 달 만인 지난 25일 한국콜마홀딩스 자회사인 건강기능식품업체 콜마비앤에이치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미래에셋1호스팩은 2010년 설립됐다 2년 후 상장 폐지됐다. 우리스팩1호를 상장 폐지당했던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우리스팩2호에 이어 지난 13일 우리스팩3호를 연이어 선보였다.

스팩은 2012년 12월 합병하는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를 자율적으로 산정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 여건이 좋아졌다. 작년 11월 하나그린스팩이 모바일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와 합병해 주가가 2~3배 오르면서 ‘대박’의 꿈이 커졌다. 스팩투자업체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한국거래소도 기업을 단기간에 상장시킬 수 있는 스팩의 설립을 장려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